[경제e야기]정부와 한국은행의 ‘통계전쟁’

입력 2013-05-02 08:24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한 환자를 두고 의사 두 사람이 언쟁을 벌이고 있다. 의사 A는 환자의 상태가 위독해질 수 있다며 고강도 처방이 필요하고 한다. 의사 B는 환자의 상태가 호전되고 있으니 두고 보자고 한다.

대한민국 경제(환자)의 두 주치의인 정부(의사 A)와 한국은행(의사 B)의 이야기다. 통계청이 지난달 30일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은 경기부진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는 반면 한은의 시각은 정반대다. 두 기관의 통계는 단순한 시각차가 아니다. 수치 자체가 다르다. 물컵에 담긴 절반의 물을 보는 시각의 차이가 아니라 물의 양 자체를 다르게 본 것이다.

이 같은 차이는 두 기관이 작성하는 통계의 범위가 다르기 때문이라는 것이 통계청의 설명이다. 하지만 모양만 놓고 볼 때 지난 4월 기준금리 동결을 둘러싸고 펼쳐졌던 정부와 한은의 ‘신경전’이 이번엔 통계로 옮겨붙는 모습이 연출됐다. 지난 번 한은의 GDP 성장률 발표에 서운함을 느낀 정부가 ‘맞불 통계’를 낸 것으로도 비치고 있다.

박형수 통계청장은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이 조세연구원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연구기획본부장을 지내며 호흡을 맞췄다. 관가 안팎에서는 조 수석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적지 않다. 정부와 한은의 파워게임에서 가능한 한 정부 측 판단에 힘을 실어줄 동기가 충분하다는 해석이다. 통계는 과학적 방법으로 만들어지지만 그것을 만드는 쪽은 사람이다.

의사와 환자의 비유로 돌아가 보면 결국 가장 큰 피해를 입는 쪽은 환자(국민)이다. 자신의 건강이 좋은지 나쁜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하반기 전략을 수립해야 할 기업은 정부와 한은 중 어느 쪽을 믿어야 할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결국 정부와 중앙은행의 신경전이 마땅히 믿음을 줘야 할 의사 처방전에 대한 신뢰도를 갉아 먹고 있는 셈이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kt 위즈, 새 역사 썼다…5위팀 최초로 준플레이오프 진출
  • '흑백요리사' 요리하는 돌아이, BTS 제이홉과 무슨 관계?
  • 뉴진스 민지도 승요 실패…두산 여자아이돌 시구 잔혹사
  • 尹대통령, 6~11일 아세안 참석차 필리핀‧싱가포르‧라오스 순방
  • 건설업계·부동산 전문가 75% "서울 아파트값 계속 오른다"…지방은 상승 "어려워"
  • 일본 신임 총리 한마디에...엔화 가치, 2년 만에 최대폭 곤두박질
  • 외국인 8월 이후 11조 팔았다...삼바 현대차 신한지주 등 실적 밸류업주 매수
  • “대통령 이재명”vs “영광은 조국”…달아오른 재보선 [르포]
  • 오늘의 상승종목

  • 10.02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82,082,000
    • -0.36%
    • 이더리움
    • 3,175,000
    • -2.61%
    • 비트코인 캐시
    • 430,300
    • +1.44%
    • 리플
    • 706
    • -8.79%
    • 솔라나
    • 184,100
    • -5.15%
    • 에이다
    • 458
    • -0.87%
    • 이오스
    • 629
    • -1.26%
    • 트론
    • 211
    • +1.44%
    • 스텔라루멘
    • 122
    • -1.61%
    • 비트코인에스브이
    • 59,900
    • -0.75%
    • 체인링크
    • 14,290
    • -0.14%
    • 샌드박스
    • 326
    • -0.91%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