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형의 재계 마당발]삼성ㆍLG, 또 하나의 치킨게임

입력 2013-04-22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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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0년 초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에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모습을 나타냈다. 이 회장은 중국의 만만치않은 추격에 대해 “기초부터 디자인까지 우리가 앞서있는 만큼 따라오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치면서도 “10년전 삼성전자 부스가 지금의 5분의 1수준이었다. 잘못하면 다시 그렇게 될 수도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도 함께 남겼다.

그렇게 2년여가 지났고 우리기업의 글로벌 경영환경은 크게 변했다. 중국의 전자·IT 산업의 기술력과 자본은 몰라보게 달라졌다. 이 회장이 남긴 경고는 차츰 현실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 시점에서 삼성과 LG의 디스플레이 분쟁이 결국 중국 경쟁사에게 추격의 빌미를 줄 가능성이 크다는 견해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난해 LG디스플레이의 기술유출 의혹에 대해 삼성 디스플레이가 법적 대응에 나섰고, 이후 치고받는 소모전이 이어졌다. 결국 부품사(디스플레이)에서 벌어진 분쟁은 각각 삼성전자와 LG전자까지 번진 상황이 됐다. 안방에서 우리기업끼리 싸움을 이어가는 동안 진짜 경쟁자는 바깥에서 힘을 키우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디스플레이서치의 폴 그레이 유럽 TV리서치 총괄이사는 지난 20일 국제가전박람회(IFA) 글로벌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삼성디스플레이가 경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당한 것을 보고 크게 놀랐다”며 “삼성과 LG가 특허문제로 소모적인 싸움을 계속한다면 기술을 축적해가는 중국 업체들에 따라잡힐 수 있다”고 지적했다.

1990년대 초 일본 가전업체들 역시 전자레인지 기술을 놓고 특허 싸움을 벌인 적이 있다. 지금 우리의 삼성과 LG가 디스플레이 기술특허를 놓고 분쟁을 벌이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당시 일본은 달랐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특허를 퍼즐 조각처럼 맞추고 이를 바탕으로 특허 공동체를 만들었다. 상대방의 특허를 인정하지 않으면 자사의 특허도 인정받을 수 없는 구조였다. 일본 기업들은 이러한 특허 공동체를 바탕으로 시장을 장악했다.

특허 공동체의 배경은 뚜렷하다. 결국 소모적인 분쟁은 경쟁자에게 추격의 빌미를 제공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어느 한쪽이 무너질 때까지 출혈적인 경쟁을 벌여봐야 결과는 불보듯 뻔한 ‘치킨게임’이라는 의미다.

독보적인 기술력은 기업경영에 있어서 반드시 필요한 무기다. 기술력에 대한 자부심과 권리주장 역시 커다란 경쟁력이다. 그러나 불 필요한 자존심을 내 건 치킨게임이라면 사정은 달라진다. 두 기업 스스로가 해결책을 찾아야 할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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