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정보분석원(FIU)이 보유하고 있는 금융정보 확대 여부를 두고, 그 중심에 서 있는 국세청의 행태를 보면 이 같은 속담이 참으로 '딱 들어맞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국세청은 지난 3일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금융정보분석원(FIU)의 금융정보를 적극 활용할 경우 연간 4조원에서 6조원에 달하는 세수가 확보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세수 확보는 곧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한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한 복지재원 마련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일까. 정부는 FIU 금융정보뿐만 아니라 공정위가 보유한 대기업 일감거래 등의 기업관련 자료, 그리고 금융감독원의 주식거래 정보 등을 국세청과 공유하기 위한 관련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해당 기관들은 국세청에 각종 정보를 제공하는 것에 대해 매우 못마땅한 표정이다.
이는 국세청이 정보공유 등을 매개로 자료 요청에는 적극적인 반면 타기관이 자료를 요청하면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거절하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일부 기관들이 대놓고, 국세청을 이율배반(二律背反)적인 기관이라고 지적할까. 국세청과 함께 대표 세입징수기관인 관세청에 대해서도 이같은 상황은 똑같이 적용된다.
백운찬 관세청장은 취임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관세평가와 이전가격 문제의 원활한 해소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세청과 관세청의 과세자료 공유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국세청은 (관세청의) 이 같은 요구에 대해 탐탁지 않게 여기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역외탈세 혐의를 받고 있는 시도상선 권혁 회장의 경우처럼 국세청은 굳이 관세청과 정보 공유를 하지 않더라도 탈세 여부를 충분히 검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할 때 국세청은 정보공유와 관련해서는 매우 이기주의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 자신에게 없는 정보는 공유를 원하고, 자신에게 있는 정보는 '철저히' 비밀주의를 채택하고 있으니 말이다.
지하경제 양성화는 국세청 혼자만의 몫이 아니다. 금감원, 공정위, 관세청을 비롯해 검찰과 경찰 등은 모두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기관들이다.
물론 업무의 특수성이 있어 서로 공유하지 못하는 정보들이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이를 원천적으로 차단해 업무의 효율성을 저하시키는 것은 결국, 지하경제 양성화라는 큰 틀에서 벗어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아울러 금융정보분석원 정보 공유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설득력을 얻지 못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국세청의 과도한 ‘정보 독점주의’가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국세청은 이제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해 타기관과 공유할 수 있는 정보는 공유하고, 차단할 정보는 엄격하게 차단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설령, 한 걸음 양보하면 어떤가. 두 걸음 아니 세 걸음 앞서 나가면 될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