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만수 공정위원장 후보자가 25일 자진 사퇴한 배경엔 해외 비자금 의혹이 제기된 게 결정적이었다.
한 후보자는 최근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서 2006~2010년에 발생, 누락된 종합소득세 1억7767만원을 2011년 7월11일 뒤늦게 납부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조만간 있을 청문회를 통해 해명하고 사과할 것은 사과하겠다는 방침이었다.
그런데 이날 오전 탈루 진원지가 해외에 있는 수십억 비자금 계좌에서 발생한 이자소득세일 가능성이 높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더 이상 버티기 힘들어졌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특히 청와대에서도 관련 첩보를 입수해 재차 검증에 나선 결과, 일부 내용이 사실로 확인되면서 한 후보자가 공정위원장으로서 ‘부적절’하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100억원이 넘는 재산을 보유하고 오랜 기간 대형 로펌에서 대기업 이익을 위해 변호해왔다 점에서도 공정위 수장으로 자격이 없다는 비난이 많았다.
한 후보자가 청문회를 열어보지도 못하고 내정된 지 11일 만에 사퇴를 결심한 데엔 이런 자격시비도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한 후보자의 사퇴로 조만간 다시 인사위원회를 열어 후임 공정위원장 후보자 물색에 나설 방침이다.
이런 가운데 잇따른 낙마사태에 따른 청와대의 인사검증 시스템이 또 다시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김 후보자를 포함해 새 정부 각료 후보자 중에서만 낙마자가 벌써 7명 째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시절부터 청와대 비서관까지 포함하면 총 12명이 사퇴했다.
민주통합당 정성호 대변인은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 이후 벌써 12명이 중토 사퇴하는 인사 참사가 발생하고 있다”며 “일차적 책임은 부적격·무자격 인사를 하는 박 대통령에게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청와대 인사시스템의 붕괴에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야당의 ‘낙마’ 타깃으로 지목된 한 후보자가 자진사퇴하면서 앞으로는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와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에 공세가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검사출신으로선 처음으로 헌재소장에 내정된 박 후보자는 검찰 퇴임직후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근무한 4개월 동안 매월 6000만원 이상의 고액 급여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 ‘전관예우’ 논란의 중심에 섰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참가자에 대한 대거 형사처벌 등 ‘공안통’이었다는 점도 야권의 공분을 사고 있다.
민주통합당의 한 핵심당직자는 기자와 만나 “박 후보자는 전형적인 공안검사로, 전관예우도 심각한 수준”이라며 “낙마자 이름에 명단을 올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자의 경우 대표적인 친박근혜계로서, ‘코드인사’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