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동물국회가 식물국회보다 낫다 - 현진권 한국경제연구원 사회통합센터 소장

입력 2013-03-20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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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진권 한국경제연구원 사회통합센터 소장
민주주의는 심오한 사상이나 철학이 아니다. 사회 구성원들의 다양한 의견들을 하나의 의견으로 결정하는 과정일 뿐이다. 수천만 명이 다른 의견들을 가지고 있는데, 어떻게 하나의 의견으로 만들수 있겠는가. 필연적으로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의 불만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모든 국민을 만족시키는 사회의 의사결정 방안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도 사회가 원활하게 움직이기 위해서는 다양한 사회구성원들의 의견을 하나의 전체 의견으로 결정해야 한다. 이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법이 다수결 원칙이다.

전체의 50%만이 찬성하는 의견이지만, 전체 의견으로 간주하자는 것이다. 그나마 사회의 불만세력을 극소화하면서, 빠르게 사회 전체의 의사를 결정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작년에 총선에서 과반수 의석을 확보한 새누리당이 선진화법을 통과시켰다. 골자는 사회의사결정 요건인 50%를 60%로 바꾸는 것이었다. 새누리당의 의석은 과반수를 간신히 넘겼고, 60%에는 모자랐지만, 새누리당이 앞장서서 의사결정원칙을 바꾸어 버렸다.

국민에게 폭력국회로 비추어진 국회상을 바꾸기 위해서란 명분이었으나, 이는 국회의 존재기반을 흔들 수 있을 정도의 엄청난 변화임을 깨닫지 못했다. 60%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새누리당이 이런 의사결정원칙을 바꿈으로서, 다수가 아닌 소수에 의해 국회의사가 결정되도록 한 것이다. 소수 야당의 동의가 없으면, 어떠한 의안도 통과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국민은 과반수를 넘는 다수당으로 만들어 줬는데, 새누리당은 소수에 의해 의사결정되는 원칙으로 바꾸어버린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의욕적인 정책의지를 보였고, 새로운 시대에 대한 국민의 열망도 높다. 그러나 소수의 의해 결정되는 의사결정과정이므로, 앞으로 야당 동의가 없으면, 새 정부는 어떠한 개혁도 할 수 없다. 우리의 대외환경은 매우 불안하다. 북핵문제로 국민 안전이 위협받고, 각국은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치열한 시대에 우린 어떠한 정책도 야당 동의가 없으면 움직일 수 없는 ‘식물국회’가 되었다.

국민에게 싸우는 모습을 보이는 ‘동물국회’와 아무런 일도 하지 못하는 식물국회 중에서 어느 쪽이 한국 장래를 위한 길인지 생각해야 한다. 국가의 중대한 안건이 있을 때마다 난장판이 되는 동물국회도 한심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뜻은 있지만, 어떤 안도 통과시키지 못하는 식물국회의 폐단은 더 크다.

민주주의는 다수의견이 존중되는 사회제도이다. 소수의견도 중요하지만, 다수의견을 지배의견으로 채택하는 게, 사회의 불만세력을 가장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지금같은 소수의견이 지배의견이 되는 원칙은 모든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든다. 민주주의 구조 하에서 소수의견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비록 현재에 소수의견이 전체 의견으로 반영되지 못하지만, 소수의견이 있음으로 인해 민주주의는 발전할 수 있는 에너지가 된다.

지금은 비록 소수이지만, 국민은 4년마다 한 번씩 정당을 심판하게 된다. 따라서 소수의견은 다수의견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비록 지금 당장 전체 안으로 채택되지 못했지만, 국민의 신뢰를 얻어서 다음 총선에서 다수가 될 수 있다. 다수 정당이 항상 다수 의석을 가지는 것은 아니며, 다수 정당이 소수 정당이 되기도 한다. 거꾸로도 가능하다. 그래서 민주주의는 발전하는 에너지를 내포하고 있으며, 소수정당이라고 해도 절대 좌절할 필요없이 꾸준히 국민에게 자신들의 의사를 알려야 한다.

동물국회와 식물국회는 모두 좋은 구조가 아니다. 그러나 동물국회보다 더 국민을 불행하게 빠뜨리는 것은 식물국회이다. 동물국회는 며칠밤 국민을 허탈하게 만들지만, 식물국회는 국민을 불행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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