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 후진적 정쟁에 발목 잡혀 창조경제로 일자리 창출을 통한 경제부흥을 주장한 ‘근혜노믹스(경제정책 기조)’가 출발도 못 하고 있다. 그 사이 미국과 일본은 강력한 경제부흥 정책으로 경기침체에서 벗어나 경제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어 대조를 이루고 있다.
특히 일본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한국 기업을 겨냥한 초엔저와 무제한적 돈 풀기 정책인 아베노믹스가 본격화하면서 일본 금융시장이 활기를 찾고 있다.
미국과 일본의 경제지표도 호조를 보이는 가운데 한국은 오히려 1월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3개월 만에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세계 각국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촉발된 세계 경기 침체의 긴 터널을 벗어나고자 무제한 돈 풀기로 벼랑 끝 전술을 펼치고 있지만 박근혜 정부는 시작도 못 한 채 발만 동동 구르는 것이다.
2월 임시국회가 지난 5일 회기를 마쳤지만 여야는 정쟁만 일삼다가 최대 현안인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본회의에 상정조차 못 하고 결국 무산시켰다. 이에 따라 박근혜 정부는 각 부처 새 장관을 한명도 임명 못 하고 식물정부가 되면서 국정 공백이 현실화됐다.
당장 시급한 예산집행이나 사업시행은 새 장관 임명 때까지 뒤로 밀려났고 국무회의도 2주 연속 취소하는 등 국정 파행이 나타나고 있다. 각 부처 장·차관 일정은 대부분 ‘공식일정 없음’으로 도배를 하고 있다. 각 부처 공무원들도 최소한의 일처리만 할 뿐 손을 놓고 있다.
근혜노믹스의 핵심부처로 신설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는 조직 구성도 못 하고 있는데다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내정자가 자진사퇴하면서 새 수장 인선도 하지 못한 상태다. 창조경제를 통한 일자리 창출의 밑그림 그리기는 고사하고 기존 교육과학기술부의 연구개발(R&D) 예산의 편성과 배분 작업조차 못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함께 경제부흥을 이끌 핵심 부처인 기획재정부도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가 아직 임명되지 못한데다 두 차관 모두 공석이어서 파행적으로 부처가 운영되고 있다. 현재 세종정부청사 실·국장들은 대부분 서울 출장 중이고 금융위원장으로 내정된 신제윤 제1차관이 ‘투잡’을 뛰며 현안을 챙기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일단 신 차관은 금융위원회보다 기획재정부 쪽에 집중하겠다고 했지만 경제뇌관으로 자리 잡고 있는 가계부채 문제 해결이 더 시급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3개 부처로 갈라지는 농림수산식품부도 수산과 식품 분야가 분리되는데다 아직 식품안전관리 업무가 명확하게 분리가 안 돼 관련정책이 전면 중단된 상태다. 해당 부서 공무원들도 예산편성은 고사하고 업무추진비도 제대로 배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국토해양부도 해양수산부 신설로 해양관련 부서가 이전하는데다 당장 시급한 부동산 활성화 대책 마련도 못한 채 손 놓고 있다. 특히 이달 집행할 예산이 13조8000억원은 한 푼도 건드리지 못하고 가만히 쌓아 놓고 있다.
지식경제부도 직제개편을 하지 못하고 예산 처리는 물론 업무추진비도 나오지 않아 공무원들이 주변 식당에서 외상 신세를 지는 웃지 못할 진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현재 박근혜 정부는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을 중심으로 비상 국정 운영 체제에 돌입하고 있지만 산적한 현안처리에는 한계를 가지고 있어 이 같은 국정 공백은 빨라도 4월 초까지 지속할 가능성이 커졌다.
기획재정부 한 고위관계자는 “정치권의 명분 없는 정쟁으로 시급한 민생현안을 처리하지 못해 답답하다”며 “국민을 생각하는 정치로 여야가 정쟁을 떠나 빨리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