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기자 맞으세요?” “저는 무명 연기자인데 왜 인터뷰하려구요. 정말 기자 맞으세요?” 수많은 연예인과 대중문화 종사자를 만나 취재를 했지만 이런 질문을 받아본 적이 없다. 지금이야 수많은 연예매체가 수도 없이 많이 생겼지만 1998년 즈음에는 대중문화를 담당하는 매체나 기자가 지금처럼 많지 않았다. 또한 스타 권력화가 진행되지 않았고 연예기획사가 대형화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스타라 하더라도 인터뷰 요청을 하면 웬만한 사정이 있지 않는 한 인터뷰가 진행됐다.
지금도 그렇지만 1998년 당시에도 대중문화 담당을 해 TV 예능, 교양 프로그램, 드라마를 거의 다 시청하고 모니터했다. 그러던중 비중 없는 단역을 한 연기자가 최선을 다해 연기하는 모습에 시선이 고정됐다. MBC PD에게 전화해 단역 연기자 김정은의 연락처를 알아냈다. 당시 신인 연기자인데다 무명이어서 김정은은 매니저가 없었다. 그리고 어렵사리 인터뷰가 성사돼 신문사로 김정은이 찾아왔다. 기자와의 인터뷰가 낯설었는지 큰 눈을 깜빡깜박 하면서 신문사를 조심스럽게 들어오며 “배국남 선생님 어디계세요”라고 물었다. “배국남 기자인데요” 라며 인사를 건넨 뒤 인터뷰를 시작했다. “참 열심히 연기한다”라는 말을 건네자 “탤런트 공채(MBC 25기 강성연 안재환 등) 동기들이 연극 영화과를 다니거나 연기를 공부했는데 저는 그렇지 못해 제일 연기를 못해요. 저는 연기와 무관한 공예과를 다니고 있어서 같은 동작 연습을 100번 이상 합니다”고 말했다. 긴 인터뷰를 끝내고 신문사 근처에서 식사를 대접했다. 그리고 좋은 연기자가 되길 바란다는 말을 하고 헤어졌다. 이후 김정은은 ‘해바라기’에서 삭발연기를 펼치며 존재감을 드러내더니 주연으로 발돋움해 스타로 화려하게 비상했다. 지금까지 기자에게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김정은은 신인 때 인터뷰 추억을 떠올리며 농담 하나를 던지곤 한다. “기자에게 밥 얻어먹은 것은 배선생님이 처음이자 마지막인 것 같아요.”
김정은은 스타가 된 뒤에도 신인 때 보였던 열정과 예의를 잃지 않아 제작진과 시청자, 관객에서 사랑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