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만난 여권의 한 인사는 “민주당이 차세대 리더를 발굴하지 못하면 재집권까지 20년은 족히 걸릴 것”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너무 암울한 전망 아니냐’는 기자의 반문에 이 관계자는 “지금 떠오르는 민주당의 차세대 리더를 꼽아보라”고 했다. 이번 대선에서 한 발 물러섰던 광역단체장 몇 사람의 얼굴이 떠올랐지만 5년 후 집권할 수 있는 인물인가에 대해선 다소 회의적인 생각이 들었다.
요즘 민주당에선 대선 과정을 되짚어보려는 토론회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당 정체성 논란과 선거전략 부재, 고질적인 계파구조에 이어 안철수 공동책임론까지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좀처럼 회생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게 대체적 평가다.
돌이켜보면 ‘안철수 현상’에만 의존해 ‘박근혜 때리기’에 몰두했고, 반대이익을 얻는 데 급급한 상황에서 ‘차세대 리더 육성론’을 논의조차 못한 건 당연한 일이었다. 민주당의 심장인 호남에선 ‘자식을 더 낳는 방법밖에 없다’는 말까지 나왔다.
이런 반성 끝에 2014년 지방선거,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에서 재기하려면 ‘차세대 주자’를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30일 민주당 초ㆍ재선 의원 10명이 참여한 ‘평가와 전망 토론회’에서 민병두 의원은 “민주당은 민주화 운동을 통해 원서를 읽고 토론해온 최고의 사람들을 배출했고 김대중-노무현으로 이어지는 동안 끊임없이 재야인사, 386세대 등 (인재들의) 충원구조가 있었다”고 했다.
그는 “이제는 성장과 복지, 평화와 안보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훈련된 새로운 사람들을 만드는 충원구조가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차기 대선에서 국민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잠재적 후보를 발굴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얘기다.
이런 논의가 본격화할 지 두고 볼 일이지만, 과거 ‘이회창 제왕적 총재’ 논란을 겪으며 리더 양성을 도외시한 새누리당이 다시 정권을 잡기까지 꼬박 10년이 걸렸다는 점을 민주당은 곱씹어야 할 것 같다.
(정치경제부 임유진 기자 l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