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김창남 경희대학교 언론정보대학원 교수 "제한된 정부의 원칙"

입력 2013-01-28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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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남 경희대학교 언론정보대학원 교수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하되 권력을 남용하지 않는 정부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국민 위에 군림하지 않으면서 국민의 자유와 복지를 향상시키기 위해 맡은 바 청지기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는 정부를 가지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다. 이런 "국가를 위하여 국민들은 충실하게 세금을 내고 때로 목숨을 바친다.

정부가 국민을 자유와 복지의 길로 잘 인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나라의 지향점이 명시된 헌법에 충실해야 한다. 헌법은 정부의 구조를 밝히고, 정부를 구성하는 요소들이 국민으로 부터 위임받은 권력이 무엇인지 밝혀줄 뿐 만 아니라,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정부의 권력을 제한하는 문서이다.

200년 이상 기본문서를 온전하게 존속시켜온 미국 헌법은 정부가 권력을 남용하지 않고 국민이 위임한 권력의 테두리 내에서 청지기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게 해 온 모범 헌법이다. 이 미국 헌법은 제한된 정부(Limited Government)라는 기본원칙을 통해 국민은 정부에 일정한 권력을 위임하여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조건을 제공하되, 어떤 경우에도 국민으로부터 빼앗거나 양도받을 수 없는 자유와 권리가 있음을 명확히 하고 있다.

이 ‘제한된 정부’는 정부의 권력 행사가 궁극적으로 국민들의 동의에 따라야 한다는 뜻을 포함하고 있다. 또한 정부가 권력을 남용하여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경우 광정(匡正)을 요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불가피할 경우에는 잘못된 정부에 대항하여 정부를 강제로 교체할 수 있는 권리가 국민에게 보장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서 정부는 오직 국민을 위해 청지기의 역할에 매진할 것이요, 국민 위에 군림하여 권력을 남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제한된 정부는 또한 정치과정이 공개되고, 공정한 경쟁을 통해 이루어질 것을 요구한다. 또한 정부가 올바르고 충실하게 청지기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할 때에는 국민 스스로 정부 정책에 대안을 제시하거나, 필요하다면 정부에 반대하여 시위를 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정부가 법의 해석과 집행에서 범할 수 있는 불공정과 무원칙으로 부터도 국민을 보호하며, 정부가 국민의 생명과 자유와 재산을 편법적으로 빼앗으면 안 되며, 국민의 종교적 자유를 저해하거나 사생활을 침해할 수도 없음을 의미한다.

미국 헌법은 이 제한된 정부의 원칙이 잘 지켜지도록 하기 위한 장치로 정부 권력을 입법·행정·사법의 수평적 개념으로 분립시킬 뿐만 아니라, 연방정부와 주정부의 수직적 개념으로 분산시키고 있다. 비록 수직적이라고는 하나 주정부의 존립 근거가 연방 정부의 의사에 달려있는 것이 아니라 직접 연방헌법으로부터 오기 때문에, 미국의 연방주의는 연방정부와 주정부의 상호협조와 견제를 통하여 제한적 정부를 실현하는 또 다른 보장책이다.

국민의 의사를 결집하여 헌법을 만들고, 그 헌법에 의하여 국민의 뜻을 받들어 일할 정부를 세우며, 그 정부에 필요한 권력을 위임하나, 그 정부가 나라의 주인인 국민과 당초 계약한대로 청지기의 역할을 충실하게 이행하지 않고 국민을 무시하거나 배신하거나 군림하려 들 때에는 새로운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미국 헌법이 표방하는 제한된 정부의 의미인 것이다.

건국 이래 우리의 정치사는 어떠하였는가? 정성스럽게 만들어지고 소중하게 유지되어야 할 헌법이 비민주적이고 부정한 권력에 의하여 오히려 나라의 주인인 국민의 시민적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는데 사용된 과거를 되돌아보며 미국 헌법의 주요 원칙인 ‘제한된 정부’로부터 배워야 할 것이다. 이제 출범을 앞두고 있는 박근혜정부가 인수위 구성에서부터 청와대와 내각의 구성까지 작은 정부를 지향하고 있는 것은 참으로 좋은 생각이다. 아무쪼록 새 정부가 표방하는 작은 정부가 외화내빈(外華內貧)의 구호에 그치지 말고 나라의 주인인 국민을 진정으로 섬기는 정부, 국민의 자유·권리·복지를 크게 신장시키는 제한된 정부의 새 역사를 쓰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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