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민의 골통(Golf通)로드]캐디가 스킨십 잘하는 남자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

입력 2012-12-31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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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 수의 증가는 많은 것을 변화시켰다. 우선 골프장 간 경쟁이 치열해졌다. 이젠 골프장도 마케팅이 필수가 됐다. 코스만 조성하면 알아서 손님이 찾아오던 시절을 생각하면 “좋은 시절은 끝났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반면 골퍼들은 신났다. 정보력만 있으면 저렴한 비용으로 다양한 코스를 골라서 라운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골퍼들의 목소리는 커졌다. 골프장에 대한 요구와 불만도 많아졌다. 그중에는 캐디에 대한 불만도 다수를 차지한다. 높은 캐디피에 비해 하는 일이 적다는 이유에서다. “일방적으로 골프장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한다”, “서비스 수준이 기대 이하다” 등 캐디에 대한 불만은 다양하다. 심지어 “차라리 캐디 없이 플레이하는 게 좋을 것 같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평상시 캐디의 역할과 능력을 당연하게 받아들였기 때문에 이러한 불만이 터져 나온 듯하다. 그러나 전 세계 어디에도 우리나라만큼 업무수행능력이 뛰어난 캐디는 흔치 않다. 겨울철 비수기를 이용해 가까운 일본이나 중국, 또는 동남아 지역 골프장을 가보면 우리나라 캐디들이 얼마나 능력자인지를 실감하게 된다.

중국과 동남아 일부 골프장에서는 선진화된 캐디 시스템 구축을 위해 한국식 캐디교육법을 그대로 도입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캐디들의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만하다.

우리나라 골프장은 여건 상 캐디에 대한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다. 아직까지는 역기능보다 순기능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지금의 캐디운영방식은 향후에도 크게 변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캐디 수급이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전국 대부분 골프장이 캐디 수급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어 정상적인 서비스를 위해서는 문제해결이 시급하다.

그렇다면 캐디부족현상은 왜 발생하는 것일까. 캐디는 제법 좋은 근무환경에서 높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직업임에도 불구하고 캐디들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 사회적 약자로서 편견을 가지고 바라보는 차가운 시선과 행동에 대한 스트레스를 견디기 힘들다는 것이다.

자유컨트리클럽(총지배인 김훈환)은 매년 소속 캐디들을 대상으로 ‘라운드 중 이런 골퍼 가장 싫다’라는 제목의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결과에 따르면 캐디들이 가장 싫어하는 골퍼는 거리ㆍ방향ㆍ라이 등을 제시했을 때 불신하는 골퍼로 나타났다. 기본적인 업무수행능력 마저도 무시당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두 번째는 퍼팅에 실패할 때마다 모든 책임을 캐디에게 돌리는 골퍼, 세 번째는 반말ㆍ욕설로 일관하며 하인을 대하듯 하는 골퍼, 네 번째는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클럽을 집어 던지는 골퍼, 다섯 번째는 은근히 스킨십을 하는 골퍼, 여섯 번째는 감당하기 힘든 야한 농담을 하는 골퍼로 조사됐다. 대부분 인권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반면 ‘라운드 중 이런 골퍼 정말 좋다’에서는 퍼팅 시 직접 라이를 보고 볼을 놓는 골퍼를 가장 좋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번째는 첫 홀 티샷 시 골프공 브랜드와 번호를 신고하는 골퍼, 세 번째는 트리플보기 등 스코어가 좋지 않아도 정확하게 “트리플보기”라고 말할 수 있는 쿨한 성격의 골퍼로 조사됐다.

혹시 당신은 위 예문 중 해당 사항이 있는가. 있다면 싫어하는 쪽인가. 좋아하는 쪽인가. 골프경기에는 심판이 따로 없다. 스코어도 각자 양심껏 기록해야 한다. 그래서 골프를 ‘신사들의 스포츠’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캐디에게도 ‘골프=신사의 스포츠’라는 말이 통용될까. 안타깝지만 그 답변은 지금의 캐디 부족현상이 대변하고 있다. ‘골프=신사의 스포츠’라는 말은 사회적 약자를 비롯해 모든 사람들이 인정해야 한다. 사회적 약자들이 인정하는 ‘골프=신사의 스포츠’야말로 진정한 골프로서 자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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