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민의 골통(Golf通)로드] 연애기술과 골프기술

입력 2012-12-10 11:19 수정 2012-12-10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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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대만에서 끝난 KLPGA투어 개막전 스윙잉스커츠 월드레이디스마스터스에 출전한 박인비(좌)와 유소연(우). (사진제공 = KLPGA)
“기다려라. 그리하면 들어올 것이다.”

야구경기에서 타자에게 요구되는 말이다. 투수는 타자에게 포볼을 내주지 않으려면 반드시 스트라이크를 던져야 한다. 타자는 볼을 골라내고 좋은 볼만 쳐내야 한다. 만약 스트라이크가 들어오지 않아도 타자는 포볼로 1루까지 걸어 나갈 수 있다. 타자가 절대 서둘러서는 안 되는 이유다.

그러나 마음만 앞세우면 헛스윙 삼진아웃을 당하기 일쑤다. 대부분의 타자들은 투수가 볼을 던진다는 것을 알면서도 속는다. 스트라이크 같은 볼, 볼 같은 스트라이크로 유인하기 때문이다.

투수는 타자에게 단 한 번의 헛스윙을 유도하기 위해 수차례의 유인구를 던진다. 타자는 투수의 실투를 노리기 위해 인내를 가지고 기다린다. 이처럼 야구경기에서는 투수와 타자의 신경전이 치열하다.

연애기술에서도 마찬가지다. 흔히 말하는 ‘밀당’을 잘해야 연애의 주도권을 장악할 수 있다. 적당한 ‘밀당’은 서로의 존재감을 재확인하고 스릴감 있는 연애를 보장한다. 그러나 지나친 ‘밀당’은 두 사람 모두에게 해롭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밀당’의 기본은 기다림이다. 기다림에도 기술이 있다. 머릿속으로는 복잡ㆍ다양한 생각을 하지만 표정으로 나타나서는 안 된다. 어떤 일이 있어도 포커페이스를 유지해야 한다. 만약 표정이나 행동을 통해 속내가 드러난다면 끌려 다니는 게임이 된다.

포커페이스는 골프경기에서도 중요하다. 경기력이 비슷한 두 선수가 매치플레이를 펼친다면 70%는 멘탈에 의해 좌우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그래서 골프를 멘탈게임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골프경기는 18홀을 라운드 하는 동안 연애기술과 야구경기 못지않은 치열한 심리전이 펼쳐진다.

예를 들어 같은 조에서 플레이를 하는 선수와 우승 경쟁을 펼친다면 상대방의 샷은 물론 행동과 표정 변화까지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만약 보기를 범하고도 행동이나 표정에 아무런 변화가 없다면 그 사람은 멘탈 고수임에 틀림없다. 표정만으로도 상대방을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파를 하고도 초조해하는 모습을 감추지 못하면 상대방의 사기를 올려주거나 안심시키게 된다.

두 홀을 남겨둔 상황에서 두 타를 뒤지고 있다고 가정하자. 17번홀은 파5홀이다. 티샷에서는 두 선수 모두 페어웨이 정중앙에 올렸다. 당신이라면 이후 어떻게 플레이하겠는가?

약간 무리가 따르더라도 세컨샷에서 투온을 시키면 이글이나 버디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단번에 동타로 만들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기다리는 기술이 탁월한 선수는 결코 서두르거나 무모한 플레이를 펼치지 않는다. 표정에도 초조한 기색을 찾아볼 수 없으며, 플레이에도 흐트러짐이 없다. 화려한 기술로서 상대방을 제압하기보다 스스로 무너지도록 분위기를 조성한다.

바로 이것이 골프경기에서 말하는 ‘기다림’이다. 물론 알아도 실천에 옮기는 일은 쉽지 않다. 그렇다면 생각을 달리해보자. “두타나 뒤져 있네”라고 생각할 때 상대방은 “두타밖에 차이가 안 나네”라고 느낀다. 내색은 안 해도 반드시 떨고 있는 증거다. 쫓는 자보다 쫓기는 자가 더 초초하기 마련이다.

비록 뒤지고 있다고 해도 상대방을 추격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위협적이다. 게다가 얼굴 기색에 전혀 변화가 없다면 상대방은 스스로 무너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야말로 무혈입성이다.

조바심을 느끼며 시도하는 기술은 무모한 도전이다. 실패 확률도 매우 높다. 더 중요한 것은 당신의 조바심이 상대방에게도 그대로 전해진다는 점이다. 당신의 초조함은 상대방에게 활력소가 된다.

연애와 야구, 그리고 골프…. 뜻대로 되지 않는다면 일단 기다려라. 그리하면 들어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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