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영의 너섬漫筆] 내년 증시, 희망과 절망 사이

입력 2012-11-23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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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의 기호학자 페르디낭 드 소쉬르는‘일반언어학 강의’에서 뛰어난 통찰력을 보였다. 개념이 의미를 갖는 것은 반대(대립) 의미(관계)가 있을 때 가능하다고 봤다. 행복은 슬픔, 가난함은 부유함이 있어야 의미를 갖는다는 것이다.

희망과 절망으로 점철된 우리의 일상도 이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사람은 누구나 희망과 절망을 안고 산다. 실업률이 치솟고 물가가 오르지만 월급은 제자리인 요즘 같은 시절에 로또 한 장에서 희망을 찾기도 하고, 쌈짓돈 모아 투자한 종목이 하락할 때는 절망을 맛보기도 한다.

희망과 절망 사이, 경계지대에 전망이 자리한다. 전망은 때론 희망적이고, 때론 절망적이다. 나름 객관적이라고 생각하지만 대부분 자의적 판단인 경우가 많은, 아전인수격 해석이 가미되면서 같은 전망이라도 희망과 절망으로 각기 달리 해석되기 때문이다.

최근 증권사들이 앞다퉈 내년도 주식시장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하나같이 장미 빛 전망 일색이다. 코스피지수 밴드는 올해 전망치 대비 100포인트 가량 상향 조정됐다.

이는 올해 글로벌 경제와 우리 증시를 옥죄던 미국 재정절벽 우려와 유로존 재정위기가 내년 상반기내 마무리되고, 경제부진에 시달렸던 중국경제도 저점을 찍고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제에 근거한다.

일부이긴 하지만 경제연구소의 시각은 좀 다르다. 경제가 성장할 것이라는 데는 동의하지만 세계 경제회복세가 뚜렷하지 않은데다 미국과 유럽 재정문제로 이전과 같은 성장세는 어렵다는 것. 주식시장도 위험투자 기피현상 강화로 올해 수준의 보합세를 전망했다.

사실 주식시장과 지수는 정확히 맞출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주식시장은 예측 불가한 불확실성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이다. 인간능력(전망)을 벗어난 영역에 있다고 보는 게 맞다.

전망도 불확실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래서 경험치를 통계로 계량화한 확률이 개입하곤 한다. 나름 신뢰도를 높이는 장치이나 확률이 곧 정답은 아닌지라 맹신하기도 좀 그렇다.

여기에 인간의 직감이 더해진다. 이스라엘 텔아비브대학 마리우스 어셔 심리학과 교수 연구팀이 최근‘인간의 직감이 90% 적중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선배들의 오랜 경험과 직감이 빚어 낸‘먼저 찍은 답이 정답일 확률이 높다’는 명제에 반해 정답을 지우고 오답을 찍어 후회했던 경험, 누구나 한 번쯤 있지 않은가.

증권사가 제시한 내년 전망에서 투자자들은 희망을 찾을 수도, 절망에 빠질 수도 있다. 텍스트(증권사 전망 보고서)를 분석(오독 또는 정독)하고 여기에 확률(역대 대선효과)과 경험, 직감을 종합해 투자대상을‘선택’하는 과정과 결과에서 희망과 절망이 교차하기 때문이다.

이번 대통령 선거도 그렇고 장미 빛으로 물든 내년 주식시장에서 살아남는 것도 바로‘선택’에 달려 있다. 전망에서 희망을 보고, 절망을 극복하는 것, 희망과 절망의 경계지대에서 벗어나는 것, 이 모두 선택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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