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한동철 서울여대 교수 "빈자와 부자, 물질의 굴레를 벗자"

입력 2012-10-31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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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철 서울여대 교수.
빈자와 부자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빈자는 정신적 행복을 부자는 물질적 여유를 가지고 있다.

빈자는 시간을 자신이 만들어서 쓴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들은 스스로 한다. 남의 도움을 별로 받을 수도 없고, 스스로 도와주려는 사람들도 가족이나 가까운 친구 이외에는 없어서 그냥 자신의 시간을 자신이 사용한다. 이것은 적은 물질의 소유자인 빈자로서는 적절한 행동이라고 볼 수 있다.

부자는 자신의 시간을 늘려 쓰는 면이 강하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자신이 소유한 물질을 통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제공하고는 그들이 부자를 위해서 일하게 만든다. 부자가 물질을 사용해서 타인의 시간을 사는 것이다. 구매한 시간을 적절하게 사용하는 경우(부자가 새로운 창조를 위하거나, 부자가 사회에 도움을 주려는 의미)에는 타당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부자가 남의 시간을 자기 자신의 개인적인 욕구들을 위해서 활용하는 것은 나쁜 것이다.

과거에 어느 회장이 젊었을 때 나쁜 일을 많이 한 것을 스스로는 알고 있으므로(남들에게는 속여 왔지만) 자신에게 과거에 피해를 본 사람들이 밤중에 자신을 공격하려고 온다는 망상에 사로잡힌 적이 있었다. 그는 특수경호업체를 동원해서 밤새도록 환한 조명들을 밝혀 놓은 상태에서 자신을 삼중 경호하게 한 적이 있었다. 필자는 그 나쁜 회장이 불쌍한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도 과거에 세콤이 지키던 부자동네의 집에서 살아 본 적이 있었는데 그 동네의 사람들도 그러한 불면공포증에 시달리는 것을 감지했었던 적이 있었다.

문제의 해결은 피해를 본 사람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하면 금방 해결될 수 있다. 자신의 죄를 가리개 하기 위해서 타인들의 시간을 구매하는 행위는 범죄행위에 가깝다고 느껴진다.

빈자와 부자가 상호 간의 차이를 극복하면서 미래의 소통을 향해서 나가려면 빈자는 자신이 꼭 필요한 경우에만 부자의 시간구매에 응해야 한다. 또한 부자는 웬 만한 것은 자신이 혼자 스스로하고 자신이 혼자서는 꼭 하기 힘들 일에만 시간구매를 해야 한다.

부자의 물질에 흠껏 눈길을 주는 빈자들이 많아지는 것은 세상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자동차의 뒷좌석을 자신의 손으로 열지 않고, 자동차 기사나 밖의 사람에게 문을 열라고 요청해서 몇 초의 짧은 시간이지만 시간구매를 하는 부자는 나쁜 사람이다.

물질에 허망한 탐욕을 부리는 사람들은 부자 중에도 많다. 그들은 부자의 의미를 물질의 과다로써 평가하면서 ‘나보다 더 많은 부자를 뛰어넘자’라는 욕심에 빠져 있는 경우가 많다. 한때 탐욕의 화신이었던 빌 게이츠도 물질을 위해서 나쁜 행위들(밀어내기, 독점, 비윤리적인 투자)을 했었고, 주가조작을 수행해서 물질탑을 쌓은 벤더빌트도 있었다.

상대방보다 적은 물질이 자신의 자존심에 상처를 낸다고 오판하는 사람들은 물질이 아무리 많아도 그들은 부자라고 불릴 수가 없다. 그들은 그냥 물질의 노예일 뿐이다. 물질을 모으고 모아도 그것으로 자존심을 쌓을 수는 없다. 자존심은 상대적인 기준이 아니라, 절대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과의 비교에서 판단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부인에게서 아침에 받은 만원이 안 되는 돈으로 하루를 보내면서 ‘내가 최고 부자다’라고 자신을 존중하는 사람은 그 자체로 부자다.

부인이 주는 오만원으로 하루를 보내다가 물질에 풍요한 사람에게 대접을 받으면서 연신 굽실거리는 빈자는 문제다. 대접을 하는 사람의 원뜻을 이해한 후에 그것에 적절한 응대를 해주면 그것으로 끝이다.

작은 아파트 촌에서 외제차를 끌고 다니고 자신은 누워서 TV보면서 파출부 아주머니를 고용하는 사람은 그 자체로 문제다. 그가 물질이 좀 있으면 그는 그냥 물질소유자이지 부자가 안되고, 그가 물질이 모자라면 그는 스스로 갇힌 빈자의 틀을 못 벗어나는 그러한 사람일 뿐이다.

지구탄생과 동시에 우리에게 주어진 것이 물질이다. 과거에는 땅이 최고의 물질이었고, 지금은 주식이 최고의 물질이다. 동시에 지식도 물질로 될 수 있고, 관계도 물질이 될 수 있다. 물질은 ‘그것은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사람’에게 의미가 있는 것이고 그렇지 않은 물질은 ‘사람을 해하는 더러운 칼’이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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