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평직원 출신 조준희 행장…그들에게 꿈을 불어넣다

입력 2012-10-31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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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취임…은행 이미지 바꾼 파격 행보

▲조준희 행장이 지난 4월 서울 중구 을지로 본점에서 올해 조기 채용한 특성화고 학생들에게 합격증서를 수여하고 있다.
“왕후장상(王侯將相)의 씨는 따로 없다”

현재 금융 공기업 14 곳중 유일하게 평직원으로 입사해 최고 경영자(CEO)에 오른 조준희 기업은행장의 경영철학이다. 올초 기업은행 직원들의 파노라마 같은 인생 역정의 성공신화가 은행권의 화두가 됐다.

일반 행원에서 지점장으로 승진, 청원경찰 출신이 4급 과장에 발탁, 용역경비원 출신 텔러가 정규직 계장으로 승진하는 등 학연과 지연, 스펙과 간판이 넘쳐나는 은행권의 인사 관행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마땅히 올라가야 할 사람이 올라갔다. 발탁될 만한 사람이 발탁됐다”라는 평가를 받은 이 같은 인사 원칙은 조 행장의 머리와 가슴에서 나왔다. 왕후장상의 틈새를 비집고 ‘꿈과 희망’에 부합되는 인사로 은행권을 비롯해 타 업계까지 신선한 파장을 미쳤다.

당시 조 행장은 임원부터 부서장은 물론 행원까지 총 1910명의 승진·이동 인사를 단 하루만에 끝냈다. 청탁이나 파벌 조성을 막는 이른바 ‘원샷 인사’다. 기업은행 창립 50년 동안 관료출신이 독점하다시피 한 은행장 자리를 32년간 임직원들과 동고동락하며 은행 사정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조 행장이 내정됐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조 행장은 과거 인사부 행원으로 있을 때부터 이 같은 한방 인사를 꿈꿔 왔다고 한다.

▲조준희 행장(가운데)이 지난 6월 인천 남동공단에 위치한 자동차부품업체 동보를 방문해 직원으로부터 부품 제조과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 받은게 없으니, 줄 것도 없다 = 조 행장은 첫 내부출신 최고경영자(CEO)라는 이점을 살려 과감한 혁신과 모험을 시도하고 있다. 기업은행의 변화는 물론, 금융계의 새로운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취임 초기부터 강조해 온 지연·학연·혈연 등에 구애받지 않고 오로지 개인의 업무능력을 중시한 인사원칙을 행동에 옮기면서 신뢰감을 더하고 있다.

조 행장 스스로도 쟁쟁한 스펙의 동료와 힘있는 외부 인사들 사이에서 오직 능력 하나로 기업은행 최초의 내부 출신 행장이 됐다.

지난 1월에 이어 7월에도 조 행장의 파격인사가 주목을 받았다. 본부장 승진을 앞둔 고참 부장이 주로 맡았던 인사부장에 다른 부장보다 5, 6세 젊은 인사를 발탁했다. 계약직으로 입사한 직원을 정규직보다 빨리 과장으로 승진시켰다. 또 입사 4∼5년차에 불과한 젊은 행원을 일본과 미국 지점에 파견했다.

인사시스템 혁신은 조 행장이 인사부 행원과 인사담당 임원을 지내면서 느꼈던 문제점을 과감히 혁신한데 따른 것이다. 이는 과감한 고졸 채용으로도 사회 각계에 큰 방향을 불러 일으켰다.

조 행장은 고졸 채용에 대해 다들 주저하고 있을 때 가장 먼저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기업은행을 방문해 “최고의 애국자는 고용 창출을 많이 하는 사람이며 고졸 채용은 매우 좋은 정책”이라고 격려할 정도였다.

조 행장은 평소 “나도 이른바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출신이 아니지만 행장이 되는 데 아무 문제가 없었다”며 “성실하고 실력만 있다면 고졸 출신이건 계약직 출신이건 누구나 행장이 될 수 있는 은행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강조한다.

▲조준희(두번째줄 왼쪽 네번째) 행장이 지난 17일 임직원 60명으로 구성된 '제3기 글로벌 자원봉사단' 발대식을 마친 후 봉사단원들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 이미지 변신에 성공한 기업은행 = “기업은행은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거래하는 은행입니다. 기업은행에 예금하면 기업을 살립니다. 기업이 살아야 일자리가 늘어납니다”. 이젠 왠만한 사람이면 귀에 익은 기업은행 광고문구다.

조 행장이 30년동안 고민했다는 이 광고문구 하나로 기업은행의 이미지가 바뀌고 있다. 기업만 거래할 수 있는 은행이란 이미지에서 탈피해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거래할 수 있는 은행’으로 인식을 높이는데 성공했다.

조 행장은 다른 금융회사들이 젊은 이미지의 모델을 기용할 때 과감하게 팔순을 훌쩍 넘긴 방송인 송해씨를 발탁해 60대 이상 노년층의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 모았다. 기업은행이 소매금융을 강화해야 하는 등 보다 장기적인 비전과 전략을 구상할 시점에 이 광고가 맞아 떨어진 것이다. 지난 2010년 말 944만명이던 개인고객은 2011년 5월 1000만명을 돌파, 최근 120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2015년 1500만명 달성 목표도 무난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은행 본연의 임무에 있어서도 조 행장의 남다른 중소기업 사랑은 여타 시중은행을 압도했다. 은행권 최초로 연체대출 최고금리를 13%로 기존보다 5%포인트 내렸다. 8월 1일부터 중소기업 대출 최고금리를 연 12%에서 10.5%로 낮췄다. 그리고 내년 부터는 그 이하로 내리겠다고 한 조 행장 공언은 이미 시장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조 행장은 중소기업이 원하는 것은 3가지라고 말한다. 필요할 때 대출 잘해주고, 담보 대신 신용으로 대출해 주고, 그리고 금리 깎아주는 것이다. 중소기업이 죽겠다는데 기업은행이 이익을 많이 내는 것이 올바른 경영은 아니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조 행장은 올해 화두로 축기견초(築基堅礎)를 내걸었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기초를 세우고 초석을 단단히 하겠다는 의미로 어려울수록 기본으로 돌아가겠다는 의미다.

조 행장은 내년 12월 27일 임기가 만료된다. 앞으로 1년여 동안 어떤 행보를 이어갈지, 은행권 전반에 어떤 새 바람을 일으킬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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