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 희망을 찾자-상]10가구 중 6가구 가계 빚에 허덕여

입력 2012-10-24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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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일해도 빚만 더 쌓인다" 푸어들의 절규

“부자 되세요.”

한때 유행처럼 회자하던 한 카드사 광고 카피문구다. 그만큼 우리 사회는 부자에 대한 동경과 열망이 크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우리나라 10가구 중 6가구가 가계 빚을 지고 있고, 전체 가구의 7%는 부채가 자산보다 많아 빚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집값 하락에 집을 소유하고 있지만 과도한 금융부채로 원리금 상환 부담을 감당해 낼 수 없는‘하우스푸어’가 생겨나면서 우리 경제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에듀푸어, 워킹푸어, 렌트푸어, 베이비푸어 등 사회 각계각층에서 가난으로 고통받는 푸어(poor)들에 대한 관심과 해결이 우리 사회의 최대 화두가 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가난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고 정부와 기업들이 각종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서민들의 가난 탈출에 대한 희망이 싹트고 있다. 본지는 우리 사회의 각종 병폐와 갈등을 알아보고 해결 과제를 제시하기 위한‘한국사회, 희망을 찾자’시리즈 첫회로 우리 사회의 가난한 사람들의 실상과 문제를 알아보고 이를 해결하고자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알아봤다.

◇ 가난에 허덕이는 푸어들 = 우리나라 전체 1757만 가구 중 빚이 있는 가구가 6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놓은 ‘가계 부채상환 여력의 평가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빚이 있는 가구의 33%가 적자 상태이고, 7%는 부채가 자산보다 많다. 빚이 있으면서 적자를 보는 가구가 365만 가구(1107만 가구×33%)에 이른다는 의미다. 또 재무여력과 순자산 둘 다 마이너스인‘취약부채 가구’가 31만 가구에 달했다.

특히 자영업에 종사하는 취약부채 가구의 부채비율이 임금근로 가구보다 상대적으로 높았다. 은퇴한 베이비붐 세대들이 저마다 돈을 빌려 자영업에 뛰어들었지만 소득이 변변찮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바로 ‘소호푸어(SOHO poor)’의 문제다. 생계형 자영업에 뛰어들었지만 내수가 살아나지 않는 상황에서 경쟁이 과열돼 오히려 손해를 보거나 본인 인건비도 안 나오는 정도로 수입이 변변치 못한 사람들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인 자영업 진출 비율, 한 집 건너 하나에 음식점, 주점, 노래방이 즐비한 주변을 보면 ‘소호푸어’로 분류될 사람이 얼마나 많을지 짐작할 수 있다.

‘에듀푸어(Edu poor)’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교육열이 다른 어느 나라보다 높은 우리나라의 특성상 자녀 교육비는 가장 나중에 줄인다는 데서 비롯된 현상이다. 물론 불황 속에 최근엔 사교육비 지출액이 소폭 줄어드는 일도 나타나고 있지만 절대 지출액 측면에서 볼 때 우리나라 가계들의 소득대비 교육비 지출은 상당히 부담스런 수준인 게 사실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내놓은 ‘국내 가구의 교육비 지출 분석’에 따르면 빚에 허덕이면서도 교육비는 과다하게 지출하는 ‘교육 빈곤층’이 300만명에 달한다.

‘교육 빈곤층’은 40대가 가장 많고, 대졸 중산층이 대부분이었다. 이제는 급격한 신분 상승이 어려운 시대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래도 교육 말고는 딱히 기댈 게 없다 보니 자녀 교육을 과감하게 포기하지 못하는 것이다.

에듀푸어나 하우스푸어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집이 없어 전세나 월세를 전전하는 렌트(Rent)푸어, 열심히 일을 해도 가난에 허덕이는 워킹(Working)푸어, 노후 소득 불안으로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실버(Silver)푸어는 이를 기대할 형편도 안 된다.

KDI는 취업자가 있는 데도 빈곤 상태인 가구 비중이 1996년 전체 가구의 6.5%에서 지난해 8.5%로 높아졌다고 발표했다. 100가구 가운데 8가구가 일을 해도 빈곤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이른바 ‘워킹푸어’라는 얘기다.

◇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 구축돼야 = 이처럼 중산층이 무너지고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푸어(poor) 문제는 우리 사회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등장했다.

전문가들은 서민생활 안정과 실질소득 증가를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일자리 창출’에 주력해야 한다는 게 공통된 주장이다.

‘가계부채 폭탄’의 뇌관이 되는 하우스푸어 문제를 해결하고자 정부와 금융권으로부터 다양한 해결 방안이 나오는 만큼 합리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하우스푸어 문제는 주택시장 침체와 가계소득 감소 등 복합적 문제인 만큼 단시일 내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정부와 금융권 등 우리 사회 주체 모두가 해결하기 위한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는 일자리를 늘려 가계소득이 증가할 수 있도록 정책적 노력을, 금융권은 트러스트 앤드 리스백과 같은 주택담보대출자에 대한 다양한 지원 방안을 통해 하우스푸어 문제가 연착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소호푸어, 워킹푸어 문제 역시 우리 사회 모두가 함께 풀어야 할 과제다. 인구 노령화와 조기 은퇴로 자영업자가 계속 늘어나는 만큼 대출받거나 은퇴자금으로 자영업자를 시작했다가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일이 없도록 사회적 보호장치가 구축돼야 한다.

자영업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사업 컨설팅과 교육 등을 지원해 준비 없이 무리하게 사업을 하다 실패하는 일이 없도록 정부와 단체, 기업들의 다양한 지원 네트워크도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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