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신용카드 제국

입력 2012-10-24 11:43 수정 2012-10-25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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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헌 금융부장

10년 전 카드대란이 발생하기 얼마 전으로 기억된다. 한 권의 책이 금융권 경영진들로부터 큰 관심을 끌었다.

이미 카드대란의 시그널이 시장 이곳저곳에서 터져 나오는 터라, 이 책이 던지는 메시지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였다.

1980년대 신용카드의 노예가 된 미국 소비자의 실상을 폭로한 ‘신용카드 제국’이란 책이다.

미국 경제사회학자인 저자 로버트 D 매닝은 이 책에서 신용카드를 파국으로 가는 달콤한 유혹이라고 규정했다.

저소득층, 대학생, 노인 등 경제적 능력이 없는 계층이 카드사의 무차별적 마케팅으로 결국 ‘금융부채의 덫’에 걸려들 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신용카드 중독성에 경고의 메시지를 던졌다. 언제 어디서나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어 카드결제가 습관화 되면 현금이 있어도 카드만 사용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신용카드는 결제 능력이 상실되면 각종 서비스는 사라지고 개인파산의 구렁텅이로 내몰린다고 충고했다.

10년전 이 책을 보면서 놀라웠던 것은 80년대 미국의 신용카드 폐해와 2003년 국내 카드대란의 원인과 나타난 후유증이 똑같다는 점이다.

10년 만에 제2 카드대란의 경고음이 울린 현재의 카드부실 역시 별만 다르지 않다.

카드사태 이후 감소하던 신용카드 수가 카드사들의 카드 남발로 다시 1억2000만장을 넘어섰고, 한도 초과로 3장 이상 카드로 돌려막는 회원이 100만명에 달하고 있다.

또 카드론 대출자중 신용불량자로 전락한 사람이 최근 3년간 50만명에 달한다.

과열 마케팅, 카드 남발, 연체율 급증, 신용불량자 증가 등 카드대란 전조 증상이 30년 전 미국이나, 10년 전 국내 카드대란 때나 최근 카드부실 상황 모두 같은 상황이다.

금융당국이 카드부실의 심각성을 인식했는지 근례에 없는 강력한 규제 조치를 취했다.

가처분소득이 월 50만원 이하 이거나 20세 미만인 자에 대해 카드 발급을 제한했다.

또 3장 이상 카드로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의 카드 발급을 금지하고 카드론 대출액을 전체 이용한도에 포함시켜 마구잡이 카드사용을 막았다.

아주 적절한 조치다. 10년 전 카드대란의 학습 효과가 금융당국의 사전적 대응이 가능케 하지 않았나 싶다.

그러나 정부도, 카드사도 다시 카드부실의 위험을 초래한 것에 대해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황금낳는 거위’로 불리며 부러움을 샀던 카드사들이 하루아침에 줄도산 하고 금융위기의 원흉으로 지탄 받았던 아픈 기억을 벌써 잊은 것인가.

370만명의 카드회원이 신용불량자가 되고 카드 빚 독촉에 못 견뎌 자살하는 사람이 속출하고 젊은 여자들은 술집으로 팔려가는 불행한 추억을 갖고 있다.

일선 기자시절 국제카드 임원의 말이 생각난다. “신용카드업은 금융업이 아니다”라는 그의 ‘신용카드 원론’ 은 카드부실 문제가 대두할 때마다 기억이 되살아난다.

신용카드업은 회원(Customer), 카드사(Issuer), 가맹점(merchandiser)이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신용거래를 하는 결제시스템인데, 더 많은 수익을 얻고자 하는 금융권의 탐욕이 현금서비스 카드론 등 금융사업을 접목하면서 카드부실의 위험을 초래한다는 게 그의 지적한다.

두 차례의 카드부실 원인을 되짚어 볼 때 정확한 지적이다. 카드사들이 대출영업을 자제하고 고유의 신용판매업에 주력했다면 카드부실의 위험은 없었을 것이다.

신용카드는 이제 우리 일상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결제 수단이 됐다. 특히 국내 신용카드산업은 선진국도 부러워할 만큼 세계 최고의 신용카드 결제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카드부실 문제를 신용카드업 전반으로 돌릴 것이 아니라, 대출영업을 규제하고 신용판매업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선별적 관리감독이 이루어져야 한다.

금융산업이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전자금융시대를 넘어 이제 모바일이 접목된 스마트금융시대에 접어들었다. 스마트금융을 선도하는 신용카드산업은 자본4.0시대 소비자금융의 핵심인 만큼 신용카드산업에 대한 재인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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