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젊은 한류 배우들이 스타 행세를 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연기란 여러 사람과 어울리는 공동 작업인데 요즘 몇몇 어린 배우들은 차에서 놀다가 촬영이 시작돼서야 건성으로 인사를 건네기도 한다. 촬영을 시작하려는데 갑자기 ‘잠깐만요, 감정 좀 잡고요’라고 말하더라. 그리곤 잠시 뒤 그저 눈물 흘리는 게 전부더라. 그래서 우리끼리 ‘이런 똥배우랑 연기를 해야 하냐’고 말할 정도다.” 우리 시대 최고의 명배우인 박근형이 9일 방송된 KBS ‘승승장구’에서 출연해 한 말입니다. 이 말을 듣고 공감을 하며 무릎을 쳤습니다. 그리고 적지 않은 시청자와 관객, 대중은 나름의 기준을 대며‘똥배우’에 해당하는 배우들을 꼽기도 했습니다. 박근형의 말을 들으면서 스타 작가 김수현의 “드라마는 전국민을 상대로 하는 작품입니다. 그래서 머리 멍청하거나 연기 못하는 사람은 쓰지 않아요”라며 직설을 떠올렸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거대 연예기획사나 매니지먼트사들이 속속 드라마 제작에 나서면서 연기력이 터무니 없이 부족한데도 자사 소속 배우들을 주연으로 내세우는 똥배우 주연 관행이 많아지면서 연기를 잘하는 신인이나 연기자들이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여기에 가수로 인기를 얻은 뒤 연기에 대한 철저한 준비 없이 드라마나 영화에 진출해 ‘발연기’‘국어책 읽는 연기’로 일관하는 연예인들도 급증하고 있습니다.
“(드라마나 영화)공동 작업을 하러 왔으면 다른 배우들과 어울릴 줄 알아야 한다. 우리 한류 배우들이 많이 고쳐야 한다. 하지만 잘못된 것을 고쳐주면 싫어하더라. 심지어 감독이 나에게 ‘아 왜 그러냐, 쟤들 저러면 안 한다고 한다’고 말리더라. 우리나라, 스타는 많은데 배우는 없다.”박근형의 말입니다.
‘추적자’에서 “욕봐라” 이 세음절의 대사로 전 국민을 분노와 공포로 전율케 하고 주름의 미세한 움직임만으로 자본의 무서운 위력을 드러내며, 눈빛 하나의 변화로 다정한 아버지에서 자신의 욕망을 위해 딸과 사위의 삶까지 거래하고 권력까지 좌지우지하는 위악한 자본가의 야누스 모습으로 돌변하는 등 최고의 연기력을 보이는 박근형 같은 연기자는 존재자체로 훌륭한 연기 교과서입니다. 뛰어난 연기자 김갑수는“70년대 후반, 80년대 초 연극할 시작할 때는 연기를 못했다. 그때 박근형 같은 좋은 선배의 연기를 관찰하며 열심히 배웠다. 박근형 선배의 연기를 옆에서 배우고 싶어 출연하는 작품에 작은 배역이라도 맡으려고 많은 노력을 했다. 박근형 선배는 나에게 연기 교과서나 다름없다”고 말했고 칸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전도연은 “박근형 선생님이 드라마를 할 때 대사 하나하나에 대해 지적을 하고 혼냈어요. 어찌나 무서웠는지. 그러나 제가 잘 되라고 한 것이기에 이를 악물고 박근형 선생님이 지적한 부분을 고쳐나갔어요”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