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인터뷰]직원과 살 맞부딪치며 현장경영 떠날 때 ‘눈물의 배웅’ 받고 싶어

입력 2012-10-08 11:00 수정 2012-10-08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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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지오 호샤 한국지엠 사장

▲세르지오 호샤 한국지엠 사장은 남미 출신답게 외향적인 성격이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등 서투른 한국말을 하며 직원들에게 먼저 다가가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사진=한국GM
세르지오 호샤 한국지엠 사장은 살림이 넉넉치 못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태어난 곳은 브라질이다. 그런 그는 어린 시절부터 축구를 좋아했다.

등굣길에 통학버스에 올라탈 때면 축구공을 들고 형과 자리 다툼을 벌였다. 최근 파리모터쇼에서 만난 호샤 사장은 당시를 차와 인연을 맺은 첫 계기로 회상했다.

“자리에 앉으려고 형과 경쟁을 벌이면 버스 운전수가 커서 버스를 몰아보라고 말하더라.”

그는 1979년 제너럴모터스(GM) 브라질에 제품 개발 분야로 입사했다. 봉급생활자로 시작해 GM의 지역부문 사장을 맡는 성공 신화를 일궜다.

어려운 어린 시절, GM의 미국·남미·아프리카·아시아 본부에서의 고군분투. 그의 경영철학은 이러한 경험이 반영됐다.

“내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열심히 일한 것만이 전부는 아니였다. 누군가가 닫혀 있는 문을 열어줬기 때문이다. 문고리를 잡아주지 않았다면 힘들었을 거다. 그래서 나도 문을 열어주는 것이 경영자로서의 책임이자 의무라고 생각한다.”

그는 2009년부터 사장 직함을 달았다. GM 아르헨티나·우루과이·파라과이 총괄 사장을 거쳐 2012년 3월 한국지엠에 왔다.

그는 한국지엠에 오자마자 임단협에 매진했다. 4개월 이란 시간이었다. 경영자의 의무에 대한 신념이 확고한 호샤 사장이지만 한국의 노사 문화가 경색돼 있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의 신념을 제대로 펼칠 수 있겠느냐는 속뜻이 배어있었다. 호샤 사장은 즉답 대신 아르헨티나에서의 경험을 말해줬다.

“아르헨티나에서도 장기간 노사 협상을 한 경험이 있다. 당시에도 여러 차례 노조와 직접 만나 대화를 했다. 협상을 이끌어 낼 때까지 끊임없이 만났다.”

호샤 사장이 일에서, 또는 살아가면서 ‘소통’을 최우선 가치로 두는 것은 이 때문이다.

“아르헨티나 노조와 처음에는 데면데면했지만 나중에는 엄청 친해졌다. 떠날 때는 노조위원장이 섭섭해서 울기도 했다.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과도 친했는데 떠날 때 함께 찍은 사진도 있다. 이처럼 정부·노조·미디어 등과의 인간관계는 모든 비즈니스의 기초일 뿐 아니라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호샤 사장은 사람 간의 관계가 성공의 바탕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GM 아르헨티나·우루과이·파라과이 총괄 사장 시절에는 친한 기자들도 많았다고 했다.

호샤 사장은 “남미 쪽에는 60~65세 등 나이 많은 기자들이 많은데 한국 기자들은 젊더라”고 말했다.

호샤 사장은 소통 경영을 한국지엠에서 본격 실천할 계획이다. 임단협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만큼 이젠 다른 곳을 둘러볼 차례란 뜻이다.

그는 일주일 중 서너번은 부평 본사의 직원 식당에서 점심을 먹는다. 한국말이 서툰 외국인 사장이다 보니 생경한 광경이 펼쳐지기도 한다.

“직원 식당에서 점심을 먹다보면 어느새 주변은 텅 비어있더라. 아니면 직원들이 그룻만 쳐다보면서 밥을 먹고 있다. 눈 마주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이제는 식당이 꽉 찼을 때 가서 빈자리를 골라 앉는 방법을 쓰고 있다.”

직원들과 살을 맞부딪치기 위해 현장 경영도 강화할 계획이다. 호샤 사장은 “취임 이후의 대부분 임단협에 집중하다 보니 현장 방문을 많이 하지 못했다. 지금부터는 현장 방문을 수시로 할 것이다”고 밝혔다.

그에겐 경영 성과 못지않게 인간 관계 역시 중요하다. 그는 3년여 뒤 한국을 떠날 때 아르헨티나에서와 같은 이별이 있었으면 했다. 노조 위원장이 눈물을 흘릴 정도로 가까워 지고 싶다는 얘기다. 그는 이 같은 얘기를 하면서도 남미 특유의 유쾌함을 잊지 않았다.

“근데 또 모르죠. 호샤 사장이 떠나니 즐거워서 울 수도 있죠.”

그의 축구 포지션은 레프트 윙이다. 레프트 윙은 공격과 수비를 모두 해야 한다. 네덜란드와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 뛰었던 이영표 선수가 레트프 윙이다. 레프트 윙은 또 스피드를 갖춰야 한다.

호샤 사장은 한국에서의 역할이 바로 레프트 윙에 해당한다. 그는 직원과의 소통 강화는 물론 GM에서 차지하는 한국지엠의 비중 확대, 국내 내수 시장에서의 쉐보레 브랜드 이미지 제고 등 회사 안팎으로 공수를 소화해야 한다.

호샤 사장은 “퇴임한 뒤에는 브라질 해변가에서 여유롭게 보내고 싶다. 그 전까지는 인간 관계를 앞에 놓고 경영을 해나가는 기본을 저버리지 않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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