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김창남 경희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 "여론조사, 약인가 독인가?"

입력 2012-10-02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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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대 대통령선거를 80일 앞둔 요즘 세간의 관심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무소속 안철수 후보,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간 3자 대결이 될 것인가, 아니면 박근혜 후보와 안철수 또는 문재인 후보의 단일화 후보 사이의 대결이 될 것인 가에 쏠리고 있다. 특히 국민들은 안철수 후보와 문재인 후보가 단일화한다면 누구로 단일화 될 것인가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신문, 방송 등 각종 미디어들은 거의 연일 이들 대선 후보 사이의 3자 대결 또는 2자 대결 조합에 따른 유권자 지지도를 가늠하기 위한 여론조사 결과를 쏟아내고 있다. 정치분석가들은 올해 우리나라 대선가도에서 관심거리로 등장한 안철수·문재인 간 후보단일화도 여론조사에 나타날 추석 이후 한 달 간의 후보지지율에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후보 단일화를 만들어내기 위한 과거 우리나라의 크고 작은 선거의 예를 보면 여론조사, 배심원단 평가, 국민참여선거, 협상을 통한 담판 등이 단독 또는 다양하게 조합된 형태로 사용되었다. 하지만 이 중 여론조사는 약방의 감초처럼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어온 방법이라 말할 수 있다. 정몽준 후보와 노무현 후보가 단일화를 놓고 경쟁하였던 2002년 대선에서도 후보 단일화를 만들어 내기 위한 방법으로 두 후보가 3~5회의 TV합동토론을 한 후 일반국민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하여 승부를 가리는 방식을 사용하였다.

이와 같이 여론조사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모든 현대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선거과정에서 정당의 공천자 결정, 선거캠페인 전략의 수립 및 수정을 위한 인지도와 지지도 추이 파악 등 다양한 목적에 사용되고 있다. 국민의 여론을 파악하는 방법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으나, 모집단으로부터 대표성 있는 표본을 추출하여 실시하는 정량적 서베이방법(Survey Research Methods)이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빠른 시간 안에 필요로 하는 자료를 얻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널리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여론조사란 표본추출에서부터 설문지의 신뢰성과 타당성 확보, 자료수집 의 절차 및 결과의 분석에 이르기까지 조사과정의 매 단계마다 엄밀한 과학성이 확보되지 않는 한 그 결과를 신뢰하기 어렵다. 올바른 방법으로 실시되지 않은 여론조사 결과는 오히려 개인과 집단, 기업, 정당, 정부의 의사결정을 그르치게 하여 자원의 낭비와 사회적 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다.

서양 속담에「법과 소시지는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해 모르는 것이 좋다」는 말이 있는데 “진실”인 것으로 포장되어 발표되는 여론조사 결과도 그 과정이 오염되면 이 속담처럼 비아냥의 대상이 되어도 이의제기를 하기 어려울 것이다. 19세기에 미국에서 처음 여론조사가 처음 출현한 이래 여론조사 전문가들이 조사방법면에서 과학적 엄밀성을 확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온 것이 사실이지만 모든 방법론적 문제들이 해결되었다고는 할 수 없다. 여론조사의 시작에서부터 종료까지의 여러 단계 중 어느 곳에서라도 과학적 엄밀성에 문제가 있으면 그 조사결과를 객관적 사실로 받아들이기 어려워진다.

여론이란 국민의 소리다. 그래서 서양의 절대주의 시대에도 인민의 소리는 곧 신의 소리라 하였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에서도 민심은 곧 천심이라 하여 왕이 직접 파악하려고 하였고, 율곡선생은 공론이라 이름하여 「백성이 모두 그렇다고 생각하는 것」이라 하였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의 자유민주주의도 그 근본은 바로 여론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이렇듯 국민의 소리를 올바르게 들어 좋은 지도자를 선택하거나 국민의 의사를 국정에 가감없이 반영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정치과정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다. 이러한 여론수렴과정이 올바르게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국민과 지도자, 국민과 정부 사이에 갈등이 생기고, 국민의 자발적인 지지획득도 어려워진다.

국민의 소리를 제대로 듣기 위해서는 그 소리가 올바르게 파악되어야 하는 것이 기본 전제다. 비록 여론조사가 현실적으로 여론을 파악하는 가장 일반적인 수단이라 하더라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국가 발전에 보약이 될 수도 있고 독약이 될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여론조사과정에서의 과학성 확보는 물론이고 그 조사결과가 어떤 결정을 내리는데 사용될 것인가, 그리고 여론조사가 그 결정을 내리는데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합당한 방법인가를 깊이 고려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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