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의신의 여의도 1번지] 윤여준과 여의도 정치

입력 2012-10-02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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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출신 영국의 사회철학자인 칼 포퍼(KARl Popper)는 “젊었을 때 공산주의자가 아닌 사람은 바보다. 하지만 늙어서도 공산주의자인 사람은 더 바보다”라는 말을 남겼다.

김종필 전 총리는 이 말을 수십년전 쓴 그의 한 저서에서 “젊었을 때 마르크스주의자가 아닌 사람이 어딨겠나. 하지만 늙어서도 마르크스주의자인 사람은 없다”라고도 했다.

생각이라는 게 그렇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나이에 따라 변하고 상황에 따라 생각이 달라진다.

평범한 이들의 얘기야 그렇지만 정치인이라면 조금 달라진다. 정치라는 게 신념과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단순한 여와 야의 차원이 아니다. ‘진보냐 보수냐’의 차이이고, ‘분배야 성장이냐’의 차이이다. ‘공화주의냐 민주주의냐, 사회주의냐 공산주의냐’의 차이이기도 하다.

많은 전문가들이 김영삼 정부 이전까지 한국 정치 30년을 ‘민주와 반민주’ ‘군사독재정권과 민주세력’의 싸움의 역사로, 김대중 정부부터 이명박 정부까지 10여년은 ‘진보대 보수’의 대결구도로 설명한다. 모두 ‘정치’가 중심이었다.

그런데 올해 대통령 선거는 이전의 선거와는 완전히 다른 양상이다. ‘보수’, ‘진보’라는 단어는 쏙 들어갔다. 대신 ‘경제민주화’와 ‘국민통합’이 선거의 키워드로 자리잡았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나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무소속의 안철수 대선후보까지 모두 이 두 가지가 화두다. 아직 구체적인 공약으로 실현된 것이 아니어서 각론까지 뜯어 볼일은 아니지만 외치는 구호가 비슷비슷하니, 겉만보면 누가 누구 편인지 국민들은 알 길이 없다.

국민을 더 헷갈리게 만드는 건 각 캠프의 영입인사들이다. 특히 각 캠프에서 영입했거나 캠프에 관여하고 있는 원로(元老) 3인방때문에 국민마저 정체성 혼란에 빠져드는 느낌이다.

박근혜 대선후보 캠프의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은 대표적인 중도성향의 경제전문가이다. 민주당에서 국회의원을 지냈고 지난해에는 안철수 당시 서울대 교수의 멘토역할을 한 인물로 박 후보의 성향과는 거리감이 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캠프에 지난 주 합류한 윤여준 국민통합추진위원장은 가장 파격적인 영입이다. 윤 위원장은 고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공직에 입문했고 박근혜 대선후보의 책사로 불렸던 인물이다. 김종인 위원장과 함께 안철수 대선후보의 멘토로 불렸다.

안철수 대선후보의 경제멘토로 부상한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는 김대중 정부때부터 노무현 정부까지 경제관료를 지냈지만 신자유주의자, 관치금융론자라는 비판과 함께 안 후보의 경제민주화에 모순되는 인물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모두 ‘경제민주화’와 ‘통합’이라는 구호 아래 뭉친 것이다. 수십년 한 길을 걷던 인물들이 뜬금없이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윤여준 위원장은 이런 비판에 대해 “국민통합에 관한 일을 하는 데 무슨 사상적 전향이 필요한 일인가”라고 반문한다. 박근혜 후보도 문재인 후보도, 안철수 후보도 모두 국민통합의 행보를 하는데 뭐가 문제냐는 것이다. 반문하고 싶다. “통합이라는 게 이념적 성향까지 통일하자는 것인가.” ‘국민통합’이 한국정치 발전의 발목을 잡지는 않을지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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