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박봉규 대성에너지 사장 "소비자의 목소리"

입력 2012-09-03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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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업무차 몽골에 다녀올 기회가 있었다. 몽골은 국토면적이 우리나라 남북한을 합친 것의 7배가 넘는 광활한 나라다. 인구는 300만명이 채 안된다. 그 중에서도 3분의 1에 해당하는 백만명 정도가 수도인 울란바토르에 산다고 하니, 시골에 가면 그야말로 자동차로 한참을 가야 이동식 가옥인 겔이 하나씩 눈에 띄일 정도이다.

몽고하면 무엇보다 사막과 초원이 떠오른다. 비가 적게 내리는 탓이다. 그러나 이상기후 탓인지 그곳에도 올 여름에는 비가 많이 왔다고 한다. 필자가 방문한 기간에도 비가 내리고 있었고, 우기가 생겼다고 할 정도였다.

비가 많이 온다는 것은 몽고로서는 반가운 일이다. 문제는 울란바토르 시내의 도로 사정이었다. 우리도 큰 비가 오고 나면 아스팔트 포장이 뜯겨나가고 심하면 조그만 웅덩이가 생겨 야간운전에서 조심하지 않았다가는 사고를 당하기도 한다. 울란바토르 시내의 도로는 그 정도를 넘어서 아예 포장도로이기를 포기한 형편이었다. 포장이 안된 우리의 옛 시골길보다 웅덩이가 더 많았다. 차량통행이 빈번한 교차로는 아예 물웅덩이가 이어져 있어 이를 요리조리 피해가는 차량들로 아수라장이었다.

“아니 울란바토르 시장이나 구청장은 무엇하는 사람들입니까? 폭우로 도로가 이렇게 파이면 밤 시간을 이용하여 임시포장이라도 해야 될 것 아닙니까? 이런 상황인데도 운전자들이나 시민들은 그냥 보고만 있습니까? 왜 시청에 가서 항의하지 않지요?” 이같은 질문은 순진하다. 상황이 이런 데도 시민들이 시청이나 구청에 가서 항의하는 일이 없을 뿐더러 관청이 스스로 국민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하고 팔을 걷어 부치는 경우 또한 없다는 것이다. 전형적인 공급자 중심 행정이다.

공급자가 소비자의 마음을 미리미리 헤아려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해주면 더할 나위가 없다. 아쉬워하는 소비자의 마음을 훔쳐야만 돈을 벌 수 있는 시장원리가 적용되는 경우라면 그래도 나은 편이다. 시장원리가 작동되지 않은 경제시스템이거나 갑을 관계가 분명한 상황에서 공급자가 소비자의 아픈 마음을 사전에 헤아려 행동하기란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당연히 모든 분야에서 소비자는 지금보다 더 까다로워져야하고 더 분명한 자기 목소리를 내야한다. 그래야만 그 목소리가 무섭고 귀찮아서라도 상대방의 필요를 충족시키려고 나설 것이기 때문이다.

식당 음식이 좋아지는 경우는 두 가지이다. 음식 만들기에 타고난 솜씨를 갖춘 주인이 손님들의 입맛에 항상 신경 쓰는 경우라면 제아무리 주변에 음식점이 많고 불경기라 하더라도 문제 될 것이 없다. 또 다른 경우는 비록 타고난 솜씨는 다소 떨어진다 하더라도 그 식당에 애정을 가지고 있는 손님들이 끊임없이 잔소리를 해대는 경우다. 손님들의 불만을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려보내는 주방장이라면 희망이 없다. 그러나 손님들의 불만에 귀를 기울이기만 한다면 개선의 여지는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IT산업에서 세계적인 신제품 경연장이 된 것은 빨리빨리 문화 위에 까다로운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기술자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기 때문이다. 깐깐하고 자기 주장이 강한 신세대 엄마들 덕택에 유아용품의 품질이 개선됐고 꼭 바람직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엄마들의 치맛바람에 맞서다보니 우리의 입시학원이 세계최고의 경쟁력을 갖추게 된 것도 같은 이치이다.

정부 정책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도 한때 몽골의 경우처럼 정부의 눈치를 보면서 좋은 정책이 어느날 하늘에서 떨어지기 만을 기다리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아니다. 민주화 바람 속에 정부도 기업도 국민의 목소리, 소비자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기관장과의 대화, 소비자와의 대화와 같은 다양한 채널을 가동하고 있다. 과학기술의 발달 덕택에 소비자가 앞장서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채널이 많아지고 그 폭 또한 넓어지고 있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아직도 속마음은 내가 너에게 무엇인가 주고자 하는 마음이 있으니 네가 필요한 것은 무엇이냐는 투다. 주인이 주인 대접을 제대로 받기 위해서는 공급자가 알아서 해주기 만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더 큰 목소리를 내야한다. 국민의 수준이 결국 그 사회 전체의 정치경제문화 수준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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