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아하! 워렌 버핏… 버핏은 적정 주가를 어떻게 구하는가?

입력 2012-08-28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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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주 버핏연구소장. 행복한 투자 이야기(cafe.naver.com/hankook66) 운영자

▲일러스트=사유진 기자
‘워렌 버핏’하면 떠오르는 궁금증 가운데 하나가 적정 주가이다. 적정 주가란 기업의 본원적 가치에 근거한 주가를 말하는데, 주식 투자자가 만약 이것을 계산할 수만 있다면 주식 시장에서의 주가와 비교해서 매수 혹은 매도를 판단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느 기업의 적정 주가를 계산해봤더니 1만원으로 나왔는데, 주식 시장에서 거래되는 주가가 5,000원이라면 주식 투자자는 이 주식을 사들이면 되는 것이다.

버핏은 적정 주가를 어떻게 구하는 걸까?

버핏은 적정 주가란 기업의 내재가치를 발행주식 수로 나눈 값이며, 내재가치는 어느 기업이 향후 문을 닫는 날까지 벌어 들이게 될 현금을 현재 가치로 할인한 값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여기에서 '버핏 추종자'들의 고민은 시작된다. 어느 기업이 장래의 어느 시점까지 존속할 수 있을지를 지금 어떻게 알아낸다는 말인가? 당장 내일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게 기업의 현실인데, 어느 기업이 장기적으로 존속한다고 가정하는 게 합리적인가?

혹은 재무학을 공부한 분이라면 할인율(discount rate)을 얼마로 정해야 하는가라는 궁금증을 갖게 될 것이다. 할인율은 미래의 현금흐름을 현재가치로 환원할 때 반드시 넣어야 하는 값이다.

이렇게 적정 주가 구하기에 몰두하다 보면 '현금흐름할인'(DCF, Discounted Cash Flow)이니 하는 복잡한 계산식을 대면하게 되고, 결국 가치투자는 어렵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가치투자를 아직도 소수의 투자법으로 남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궁금증에 대한 해답은 명확하다. 버핏은 모든 기업에 대해 이런 식으로 적정 주가를 구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만약 현금흐름할인을 하지 않고서도 어느 기업이 싼지, 비싼지를 명확히 평가할 수 있다면 버핏도 굳이 그렇게 하지 않는다. 그의 표현을 빌리면 겉보기에 이미 충분히 뚱뚱한 사람을 놓고서 그가 뚱뚱한가, 그렇지 않은가를 확인하기 위해 체중계를 달아볼 필요는 없다.

버핏이 2004년 말 실제로 매입했던 한국의 제분 기업인 대한제분을 살펴보자. 그는 자신의 자전적 전기 <스노볼>에서 대한제분의 매입 과정을 소상히 밝히고 있다. 당시 그는 달러화 약세를 예상하고 미국 주식의 대안을 찾다가 한국 주식 시장에 눈을 돌렸다. 그는 신용 평가 기관 무디스가 제공하는 한국 상장 기업 책자를 받아 1,800개 종목을 모두 뒤졌고, 이 결과 최종적으로 남은 20여개 종목 가운데 대한제분이 있었다고 그는 밝히고 있다.

그가 대한제분을 매입을 결심한 첫 번째 사유는 이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현금이 시가총액보다 많다는 것이었다. 2004년 6월 30일 기준으로 대한제분은 현금성 자산(현금 및 현금 등가물+단기금융상품)이 1,427억원으로 당시 이 회사 시가총액 800억원의 두 배 가량이었다. 이는 대한제분이라는 기업을 800억원을 주고 통째로 매입하면 현금 1,427억원이 저절로 굴러 들어 온다는 뜻이다. 싸다는 게 너무 명확했던 것이다.

이 주식은 왜 이렇게 쌀까? 혹시 돈을 못버는 게 아닐까? 버핏은 이런 궁금증이 생겼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이 회사의 실적을 조사해보는데, 여전히 싸다는 것을 확인한다. 그는 "이 회사의 주가수익비율(PER, Price Earnings Ratio)이 3배에 불과했다"고 밝히고 있다. 당시 대한제분의 시가총액 800억원을 이 회사의 2004년 당기 순이익 311억원으로 나누면 3배 가까이 된다.

다음으로, 그는 대한제분이 경쟁력(독점력)을 가졌는지를 따지고 있다.

"대한제분은 한국에서 차지하는 시장 점유율이 상당하고, 이런 상황은 가까운 미래에는 바뀌지 않을 전망입니다."

그는 대한제분을 비롯한 한국 주식들이 싼 이유 중 하나가 북한의 존재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북한이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판단했다. 중국이나 일본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이 절대로 가만 두고 보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대한제분의 주가는 버핏의 매입 시점인 2004년 말 4만원대에서 2007년 12월 24만원대로 5배 가량 상승했다.

개인 투자자라면 버핏의 이런 방식의 투자법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물론 버핏은 코카 콜라,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그리고 한국의 포스코 주식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현금흐름할인법을 사용하기는 했지만 이들 주식은 대형주였다. 대형주는 일반적으로 현금, 부동산, 증권 같은 자산가치가 두드러지지 않고 사업구조가 복잡한 편이기 때문에 현금흐름할인을 써야 할 필요성이 있다. 그러나 중소형주는 그럴 필요가 없다. 개인 투자자가 일상적으로 대면하는 주식은 중소형주이다.

가치투자는 원리는 실은 단순하다. "이 기업은 시가총액을 능가하는 자산이나 수익성을 갖고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면 가치투자는 당신의 가슴에 어렵지 않게 체화될 것이다. 쉬운 방법이 있는데, 왜 굳이 어려운 방법을 쓰려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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