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류미 음성연출가 "아름다운 목소리"

입력 2012-08-03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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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일입니다. 한 대학원에서 ‘연기자를 위한 보이스 훈련 특강’수업이 끝나고 가장 연장자(50세) 한 분이 조용히 내게 다가오셔서 조곤조곤 얘기하셨다.

“선생님, 제가요. 제 목소리에 대한 고민이 너무 많았어요. 목소리가 커지면 갈라지고, 아이들에게 화를 낼때도 소리가 갈라지고 목이 아파 항상 힘이 들어요. 목소리를 고쳐 보려고 보컬 트레이너에게 노래도 배우고 구현동화도 배웠죠. 그런데, 노래 선생님은 가만히 서서 소리를 크게 내보라고만 하시고, 구현동화는 얘기를 다양하고 재미있게 말하라고 하는데, 어떻게 소리를 내야 하는지 알려주는 곳은 없었어요. 저는 10년 동안 너무 답답하게 시간만 보냈어요. 그런데, 오늘 처음으로 몸을 움직이면서 목소리가 자연스럽게 나오는 걸 체험했어요. 뭔가 희망이 보이는 것 같아요.”

작은 목소리지만 격정적인 떨림과 흥분을 통해 나는 그분의 목소리가 아니라 그분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오랜 기간, 답답함과 초조함, 불편함에 힘드셨을 모습과 10년 만에 처음으로 자연스럽게 목소리가 나오는 것을 경험하면서 신기함과 기쁨 희망을 찾은 그분의 마음이 들렸기 때문입니다. 그분의 목소리를 통해, 정서와 감정이 느껴졌고, 단어의 선택은 적절한 내용을 담아 자신의 상태를 충분히 표현하였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음성이 작거나, 갈라지거나, 여성 혹은 남성스럽지 않다고 생각해 일상생활에서 자신감을 잃어나 ‘자신의 목소리’를 잃어갑니다. 사람에게 ‘소리(음성)’는 유기적인 의사소통의 주요 도구지만, 다른 요소들과 함께해야 효력을 발휘합니다. 사람의 유기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가장 작은 단위를 의사소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의사소통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이 ‘말’입니다. 이 말은 ‘충동 + 소리(음성) + 언어’의 연쇄로 이루어집니다.

우리가 말을 하는 단계는, 1. 내외부의 자극 2. 뇌의 운동피질에 충동이 생기고, 3. 충동이 숨을 들이마시게 자극하고, 4. 나가는 숨이 성대와 만나면서 떨림을 만들고, 5. 그 떨림이 진동을 만들고, 6. 그 진동은 몸 속의 울림판에 의해 확대되고, 7. 그 울림소리가 입과 혀에 의해서 정확히 발음되면서 단어가 됩니다.

이 과정에 관여하는 기관은, 호흡기관, 성대, 코, 혀, 입술, 턱과 그 주변 근육, 물렁뼈, 뼈 등 그 수가 150개를 넘는다고 합니다. 또한 내외부 자극이 없이는 의사소통의 충동 자체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표현하고자 하는 충동과 몸의 여러 기관이 유기적으로 움직여서 ‘말하기’가 산출됩니다.

영어로 ‘Voice’는 사람의 ‘소리(음성)’이라는 뜻도 있지만, 자신의 의견, 감정의 표현으로서의 ‘목소리’를 의미합니다. ‘좋은 목소리’, ‘아름다운 목소리’란, 단순히 아름다운 음성이 아니라, 자극이나 충동에 열려있고, 이것이 왜곡되거나 부족함 없이 표현되도록 음성에 관여하는 우리몸의 150개가 넘는 기관들이 효과적, 유기적으로 반응해 적절한 언어와 울림이 상대방에 전달되는 것을 말합니다.

자신의 의견을 상대방에게 전달하고 감정을 잘 표현하고 있다면, 당신은 ‘아름다운 목소리’를 갖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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