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 아파트 거래 '꽁꽁']'천당 아래 분당' 옛말…반토막 났어도 사는 이가 없다

입력 2012-08-02 08:41 수정 2012-08-02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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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기 신도시, 5년새 시총 23조 증발…시설 낡고 밀도 높아 재건축 난항

“낡을 데로 낡은 아파트에 살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게다가 하루가 멀다 하고 가격이 내려가니 얼른 집 팔고 다른 동네로 떠나려는 게 당연하죠. 전세마저도 판교의 새 아파트로 이동하고 있는 분위깁니다”

분당 정자동 P공인 중개업소 대표는 “천당 아래 분당이란 말은 옛날 이야기 됐다”고 최근 부동산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아파트가 낡아서만은 아니다.

올 들어 매매 계약서 한 건 쓰지 못할 정도로 거래시장이 꽁꽁 얼어붙고 가격이 하루가 멀다하고 떨어지다보니 청자동이라 불렸던 명성이 어색해질 정도라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 2007년 20억원까지 호가하던 정자동 아이파크 214㎡(공급 기준)은 9억8000만원에도 매물이 나와 있다. 5년새 가격이 반토막 이상 난 셈이다. 그런데도 아직 집을 사려는 사람을 찾아 보기 힘들다.

분당내에는 중대형 평형을 중심으로 이렇게 가격이 곤두박질친 매물이 허다하다. 그는 “2년전 경매로 산 매물 가격이 당시 경매 가격 이하로도 매물이 나온다. 팔려고 해도 억울해서 살사람이 없어서 못파는 이가 많다”라고 말했다.

◇ 1기 신도시 5년새 시총 23조 증발 = 비단 분당 신도시 뿐이 아니다. 일산 평촌 중동 산본 등 1기 신도시 전체가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시장이 최고점에 다가간 지난 2007년 3월 대비 현재(7월말) 1기 신도시 매매가 변동률은 -18.02%를 기록했다.

이는 같은기간 수도권 전체 변동률(-4.88%)는 물론 서울지역 변동률(-3.61%)보다도 5배 이상 급락한 것이다. 1기 신도시의 추락은 이 지역 시가총액 변화 추이를 보더라도 잘 알 수 있다.

지난달 27일 기준 1기 신도시 시가총액은 104조8681억원. 이는 지난 2007년 말 기준 127조8709억원 보다 무려 23조28억원 감소한 것이다.

최근 5년새 무려 20조원이 훌쩍 넘는 돈이 허공으로 사라져 버린 셈이다. 특히 대부분 중대형 아파트의 가격 약세가 두드려 졌다. 일산 마두동 아파트 211㎡형은 최근 5억 9000만원에 매물로 나왔다. 3.3㎡당 924만원대에 불과하다.

인근 장항동 호수마을의 158㎡형 아파트 역시 4억 6000만원으로 3.3㎡당 역시 1000만원 아래에 매물이 나와 있다. 두 아파트 모두 일산신도시 내에서는 가장 인기 있는 단지에 위치했는데도 굴욕적인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는 것이다.

박상언 유엔알 컨설팅 대표는“서울 강남 일대 아파트들은 재건축을 시도하면서 가격 상승의 호재를 맞았고 일부 단지는 재정비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며 “그러나 1기 신도시는 시설 노후화가 심화된 데다 밀도가 높아 재건축 조차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 2기 신도시 너마저…깡통 아파트 속출 = 1기 신도시에 이어 2기 신도시 마저 주택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한때 주택 수요자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지만 금융위기에다 주변에 보금자리주택 등 공급물량 마저 쏟아져 나와 맥을 못추고 있는 형국이다.

동탄1신도시는 2010년 상반기 부터 올 하반기까지 5분기 연속 하락했다. 2007년 상반기 3.3㎡당 1354만9000원을 기록했던 집값은 올 상반기 1177만원으로 떨어졌다. 2009년 이후 처음으로 3.3㎡당 1200만원 선이 무너진 것이다. 오는 8월 동탄2 신도시에 5519가구가 추가 공급되면 동탄신도시 집값은 더 약세를 띨 가능성이 크다.

분당의 대체 주거지로 관심을 모았던 판교신도시도 3.3㎡당 매매가 2415만9000원으로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평균 매매가(2691만9000원)에 조금 못 미치는 높은 시세가 형성됐지만 상반기 매매가는 1.13% 하락했다.

올 하반기 본격적인 입주를 앞둔 광교신도시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광교신도시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이달 말 입주하는 한양수자인 전용면적 84㎡ 분양권은 3500만원까지 빠진 물건도 있다”면서 “집을 팔고 이사하려고 했다가 안 팔려서 잔금 납부에 차질이 생기는 등 사정이 급한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최근에도 입주단지가 늘고 있는 김포한강신도시는 분양가보다 시세가 낮은 이른바 깡통아파트까지 등장하고 있다.

현지 업계에 따르면 김포한강 신도시 장기동 초당마을 우미린 아파트 143㎡은 현재 3억75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기존 분양가 4억 3840만원보다 무려 6340억원 낮은 가격이다. 인근의 양촌면 일성트루엘 152㎡역시 분양가 5억 2342만원보다 8000만원 가까이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붙은 4억 4500만원이 시세다.

◇ 부동산시장 회복 기대 난망 = 향후 전망도 밝지않다. 수도권 미분양 아파트 적체 현상이 해소되지 않은 데다 하반기에 보금자리주택은 물론 신도시 입주분양 예정물량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지난 6월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수는 총 6만2288가구에 이른다. 특히 수도권은 2만6929가구로 2개월 연속 증가했다. 신도시 등 수도권 미분양 적체 현상이 여전하다는 얘기다.

상황이 이런데도 하반기에 신도시에서 입주나 분양 물량이 쏟아져 나온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하반기 2기 신도시 입주예정 물량은 9231가구에 이른다. 이 지역 분양 예정 가구수는 이 보다 많은 1만9220가구에 달한다. 게다가 보금자리주택 공급물량도 6만가구에 육박한다.

앞으로 공급과잉 현상이 더 심화된다는 얘기다. 장재현 부동산뱅크 팀장은 “수만가구에 이르는 보금자리 주택이 신규로 공급된다. 이런 기존 적체 해소나 공급 물량 감소가 병행하지 않으면 내년에도 시장이 반등한다고 단언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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