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 & CAR]"車는 3박스·4도어" 고정관념 깬 비주류의 반란

입력 2012-07-09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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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업계, 아이디어 경쟁 '니치마켓'

자동차가 처음 발명된지 1세기를 넘었다. 21세기 들어 다양한 첨단기술이 속속 자동차에 스며들었고 기능과 성능도 진일보했다. 그러나 기본적인 모양새는 초기 자동차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자동차의 공간구조는 크게 두 곳으로 나뉜다. 승객이 타고 내리는 커다란 승객석과 가장 부피가 큰 ‘엔진’을 위한 공간이다. 자동차가 2개의 커다란 박스형태로 진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여기에 짐공간이 더해진 트렁크가 존재하면서 3박스 스타일의 세단이 인기를 끌었다. 기능과 디자인에서 현대적 의미의 자동차는 3박스 타입의 세단이 주류를 이룬다.

산업혁명 이후 다양한 자동차가 등장하며 메이커간 경쟁도 치열해졌다. 서로 다른 모양새를 지닌 차가 쏟아져나왔고 양보없는 판매경쟁에 나섰다. 그러나 차 크기와 엔진 배기량, 편의장비 등이 다를 뿐이었다. 기본적인 차체 구조와 목적은 달라지지 않았다.

비슷한 기능과 모양새를 지닌 차들은 금새 경쟁구도를 갖췄다. 판매 전쟁이 치열해지면서 완성차 메이커는 보다 다양하고 독특한 차를 만들어야 했다. 비슷한 제품으로는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없기 때문이다.

이때 등장한 차가 틈새시장을 파고드는 이른바 ‘니치 모델’이다.

▲4도어 세단이 판매에 대부분을 차지하는 아반떼는 북미시장에 2도어 쿠페를 선보였다. 틈새 모델이다.
◇주류의 틈바구이에서 살길을 찾아 나선다=‘니치(Niche)’는 틈새시장을 의미하는 경제경영 용어다.

자동차 시장에서 니치를 판가름하는 것은 시장점유율이다. 얼마나 많이 팔리느냐에 따라서 주류와 비주류가 결정된다.

잘 팔리는 현대차 쏘나타는 전형적인 3박스 세단의 형태를 지녔다. 이른바 주류다. 반면 소수의 매니아를 위한 제네시스 쿠페와 벨로스터는 니치 모델로 구분된다. 이들이 판매를 늘려 메이커를 배불려주는 주류가 아니다. 독특한 디자인과 콘셉트를 앞세워 소수의 특정부류를 위한 자동차로 자리매김했다. 현대차 벨로스터의 경우 좌우 ‘1+2도어’ 구조의 비대칭 3도어를 지향한다. 세계 어디에도 없는 차다.

글로벌 5위로 급성장한 현대기아차에게 니치 전략은 매우 바람직하다. 이미 주류가된 제품이 시장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때문에 안정적인 수익창출이 가능한 상태다. 이때 기업은 제품이나 사업의 다각화를 위해 또는 브랜드의 이미지 개선을 위해 소수 마니아를 위한 차를 내놓아야 한다. ‘단순하다’로 점철되는 브랜드 이미지를 단박에 개선할 수 있다. 그저 그런 차들로 넘쳐나는 제품 라인업에 ‘이미지 리더’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기도 한다.

때문에 완성차 메이커는 속속 이미지 리더를 개발하고 이들을 앞세워 틈새시장을 공략한다. 일본 닛산은 평범하기 그지없는 제품 라인업에 고성능 스포츠카 GT-R을 앞세워 이미지를 끌어올렸다. 스포츠카 메이커 포르쉐가 SUV를 만드는 것도 이런 이유다.

경영이 안정적인 자동차 메이커가 이런 니치 전략을 앞세우는 것은 우선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실패하더라도 리스크가 크지 않다. 일단 차를 내놓는 것 자체만으로 브랜드 이미지는 높아진다. 이미 리스크를 안고 출발하는 자동차이니 만큼 과격한 디자인과 실험적인 기능이 겁 없이 추가되기도 한다. 완성차 메이커에게 니치 전략은 하나의 ‘신나는 모험’과도 같다.

거꾸로 시장에서 비주류로 통하는 메이커는 니치 전략이 부담스럽다. 한번의 실패가 커다란 부메랑이되어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초호화 고급차인 마이바흐 랜덜렛은 니치 가운데 니치모델이다. 마이바흐 자체가 흔치않은 고급차를 추구하는 가운데 랜덜렛은 뒷좌석 승객을 위해 지붕을 열 수 있다. 국내에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검정색을 소유하고 있다. 가격은 20억원대.
◇수익성 최우선의 車회사에게 도전이자 모험=니치마켓은 더 이상 특정 부류를 위한 전유물이다.

자동차는 모든 사람이 다양한 목적에 두루 쓸 수 있는 범용 자동차와 특정 목적에 치중한 전용 자동차가 있다. 이 가운데 니치는 후자에 속한다. 성공하면 시장의 선두그룹이 된다. 반대로 실패하면 커다란 부담을 떠안게 된다. 양날의 칼인 셈이다.

현대차에도 니치 전략의 실패가 있었다. 기아차 인수 이후 차종 다양화에 나서면서 두 회사는 플랫폼을 공유했다. 적은 비용으로 많은 차를 개발하기 위해서다. 유럽을 공략할 전략차도 필요했다. 이때 등장한 차가 2000년 데뷔한 라비타였다.

소형차 클릭과 엑센트, 준중형차 아반떼 사이를 파고든 차다. 높은 지붕과 넉넉한 실내공간을 앞세워 젊은층을 겨냥했다. 이태리 유명 디자이너 ‘피닌파리나’의 디자인도 접목했다.

그러나 시장은 라비타에 무관심했다. 해치백도 세단도 미니밴도 아닌 어정쩡한 컨셉트는 받아들이기 버거웠다. 큰 덩치 탓에 연비도 나빴다. 판매는 급락했고 곧 내수시장에서 사라졌다.

▲니치 마켓을 정의하는 기준은 시장점유율이다. 점유율이 높은 차는 주류, 낮으면 비주류에 속한다. 초소형 2인승 시티카 역시 전형적인 니치 모델로 손꼽힌다. 사진은 벤츠 기술이 더해진 시티카 스마트.
라비타는 오히려 유럽에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현대차의 라비타 전략은 상품기획의 실패가 아닌 너무 뛰어난 아이디어 탓이었다. 라비타가 단종된지 5년여가 흐른 뒤 비슷한 컨셉트의 기아차 쏘울은 없어서 못파는 지경이기 때문이다.

완성차 메이커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니치 시장을 겨냥해 연구와 개발을 이어간다. 경쟁사들이 미처 알지 못하거나 알고 있어도 제대로 공략하지 못하는 시장은 분명 높은 가치를 지닌다. 시장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최소의 비용으로 틈새시장을 노린다면 분명 승산이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를 개발하고 팔아야 수익이 남는 자동차 회사에게 니치 모델은 분명 도전이고 모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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