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고졸채용 정책을 추진하면서 가장 적극적인 곳은 금융권이다.
우선 상고출신 직원들의 전통이 아직까지 강하게 남아있고 단순한 금융업무에 비해 학력 인플레가 가장 높은 곳이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은행은 이같은 점을 고려해 상반기에만 특성화 고등학교 졸업 출신 행원을 200명 선발했다. 모두 영업창구(우리창구) 전담 텔러 행원으로 여성들의 전유물인 이 직종에 남학생 30명도 선발했다.
고졸 채용은 지난해 처음 85명을 뽑았다가 올해 대폭 늘렸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순우 행장이 고졸 채용 확대에 특별히 관심 많고 더 늘려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우선 고졸 행원을 계약직으로 두고 2년 후 직무평가에서 은행이 정한 기준을 넘어서면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했다.
이어 와환은행은 지난해 32명을 채용한 뒤 올해 다시 49명의 행원을 채용할 방침이다. 지난해 67명을 채용한 기업은행 또한 올해 110명을 채용한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126명을 채용했고 올해 비슷한 규모를 채용할 계획을 세웠다.
그밖에 지난해 은행권 최초로 정규직 고졸 행원 48명을 채용한 산업은행은 올해 60명을 추가 채용할 방침이다. 대신 지난해 8명의 행원을 채용한 국민은행은 올해 20명의 인원을 추가 채용한다.
은행권이 이처럼 고졸 채용인원을 늘리고 있는 것은 우선 국가적인 고졸인력 실업해소를 위해 힘을 보태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서비스업종인 금융업은 채용 인력이 꾸준하고 급여나 복지 등 일자리의 질도 우수해 고용의 양과 질적 증대에 기여가 크다.
해마다 고졸행원을 늘려뽑는 것은 이들 인적자원의 대내외적인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우선 경쟁에 뒤쳐지면 안된다는 강한 의욕이 실제로 고졸행원들의 업무성과를 향상시켰고, 이들을 채용하면서 사회공헌기업이라는 긍정적 이미지 효과도 상당하다는 분석이다.
때문에 은행권 수장들도 고졸 채용을 더 늘리고 교육 및 승진 기회도 대졸자와 똑같이 보장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은 “고령화와 출산율 저하로 경제활동인구 감소 문제가 심각한데 고졸을 많이 뽑으면 경제활동연령이 낮아져 그만큼 경제활동인구가 늘어난다”고 말했다.
조준희 기업은행장도 “고졸을 몇 명 더 뽑는 수준이 아니라 고졸 출신 행장이 다시 나올 수 있는 은행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금융권의 고졸채용이 일시적인 행사로 그치지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 기존 행원과의 처우 차이 문제 등을 중심으로 향후 다양한 문제를 금융권 측이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고졸 채용으로 입행했다하더라도 입사 후 대학에 진학하지 않으면 승진에서 밀려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금융권의 고졸채용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이들의 업무와 지위향상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정책이 함께 발전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