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35년 정통 ‘대한전선맨’…제2 성공신화 ‘내손으로’

입력 2012-06-18 09:35 수정 2012-06-18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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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전 대한전선 사장

‘해현 경장(解弦更張)’. 느슨해진 거문고의 줄을 다시 팽팽하게 바꿔 맨다는 뜻이다. 한나라가 진나라의 뒤를 이어 나라를 다스리게 됐지만, 옛 것을 새롭게 변화시키고 개혁해야 나라를 바로 잡을 수 있다는 의미를‘거문고 줄’에 빗댄 것이다.

강희전 대한전선 대표이사가 가장 좋아하는 고사성어다. 지난 2010년 대표이사 취임 후 처음 열린 간부 워크숍에서도 “해현경장의 마음으로 재무개선에 속도를 올리고 미래 성장을 위해 새 판을 짜 나가자”고 강조했다.

대한전선은 지난 1955년 설립 이래 단 한해도 적자를 내는 일 없이 ‘50년 흑자 신화’를 일궈왔다. 1970년대 두 차례 오일쇼크와 1990년대 말 외환위기에도 잘 대응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새로운 성장동력을 고심하던 중 빚을 내가며 무리한 인수합병(M&A)을 추진하다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다. 결국 지난 2009년 5월 하나은행 채권단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맺은 뒤 지금까지 기업 회생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 중심에 강희전 사장이 있다.

◇대한전선 외길 35년= 강 사장은 올해로 입사 35년을 맞이한 정통 ‘대한전선맨’이다. 엔지니어로 입사해 광통신케이블(전선)을 처음 국산화한 주역이기도 하다. 광케이블 1세대 중 현업에 남은 사람은 강 사장이 유일하다. 사업 다각화에서 벗어나 본업 경쟁력을 키우는 데 강 사장만 한 적임자가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강희전 사장은 지난 2010년 취임 후 처음으로 가진 기업설명회에서 “한 눈 팔지 않고 전공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 말은 그가 평생을 살아오며 지켜온 철칙인 동시에, 장수 CEO가 된 비결이다.

강 사장은 지난 2003년부터 대한전선의 광섬유 생산 자회사인 옵토매직의 대표를 맡아왔다. 이후 대한전선 전선사업본부장을 거쳐 지난 3월 마침내 대한전선 대표이사 사장 자리를 꿰 찼다. 거의 10년째 대한전선과 그 자회사에서 CEO로 일한 것이다.

지난 1999년 고(故) 설원량 당시 대한전선 회장이 강 사장을 갑자기 호출했다. 당시 통신사업부 부장을 맡고 있던 그에게 떨어진 미션은 광섬유 국산화 사업. 강 사장은 1978년 입사 후 미국에서 선진 반도체 장비와 선반 기술을 익히며 광섬유 생산을 위한 준비작업을 착실하게 진행하고 있었다. 사람 보는 눈이 까다롭기로 정평이 난 설 회장이 차세대 전선의 핵심 소재인 광섬유사업 적임자로 한 눈 팔지 않는 그를 낙점한 것이다.

강 사장 주도로 설립된 대한전선 자회사 옵토매직은 현재 국내 최대 광섬유 회사로 발돋움했다. 설 회장의 전폭적인 지지와 믿음에 실적으로 보답한 것이다.

강 사장은 자신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인물로 주저없이 설 회장을 꼽는다. 강 사장은 “부장 시절 5년 간 혹독한 훈련을 받았다. 그 때 일하는 방법을 제대로 배웠다. 2000년에 임원이 된 후에는 대부분의 일들을 믿고 맡겨 주셨다”고 회고한다.

◇시련을 넘어 회사 살린다= 누구에게나 시련과 실패는 있기 마련이다. 강 사장도 마찬가지다. 그는 엔지니어로서 기술과 공장운영에는 자신이 있었지만 영업엔 문외한이나 다름없었다.

그의 가장 큰 실패 사례는 영업마인드 부재에서 시작됐다. 1995년 중국의 업체 사람들과 제품에 대한 논쟁이 벌어졌다. 강 사장은 이 논쟁에서 기술적으로 완승을 거뒀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강 사장은 그 업체에 납품을 할 수 없게 되며 좌절을 겪었다. 강 사장은 이를 한계 극복의 계기로 삼았다.

이를 두고 그는 “절감했던 한계를 극복하고 영업적 마인드를 갖춘 뒤 경영이라는 큰 틀의 사고를 할 수 있게 됐다”고 자평했다.

시련을 넘기며 성장한 강 사장은 대한전선의 조기정상화를 위해 한 단계 한 단계 나아가고 있다.

지난 3월 대한전선은 조직개편을 통해 6부문 35본부 54팀제를 4부문 19본부 39팀제로 조직을 줄였다. 중동지역 영업을 강화하기 위해 지역본부를 신설하고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러시아에도 지사를 설립했다.

또 본업에 충실한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비주력 계열사를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하고 전선업에 사측의 역량을 몰았다. 2009년 한국렌탈과 대한ST 등 계열사를 매각했으며, 2010년 부동산 처분을 통해 차입금을 줄이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지난해에는 무주리조트 지분 74.5% 전량을 부영주택에 인도했다. 지난달 23일에는 보유 중인 광섬유·광케이블 전문업체 대한광통신(옛 옵토매직) 지분 전량(48%)을 매각했다.

대한전선 관계자는 “자산 매각을 통해 재무개선 효과는 2009년부터 매년 1조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대한전선은 지난 4월 채권단이 실시한 실사에서도 대한전선은 안정적인 영업구조와 전선업 펀더멘털로 2조6000억원의 기업가치를 평가 받았다. 청산 가치보다 2배 높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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