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 그 불편한 진실] 보험금 못 받는다고?…보장 따지지 않고 가입땐 낭패

입력 2012-04-25 09:00 수정 2012-04-25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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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상품 불완전판매 심각

#인천에 사는 주부 김 씨는 지난 8월 한 홈쇼핑 광고를 통해 월 3만5000원씩 내는 상해보험에 가입했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광고는 물론 해당 보험사의 전화상담원까지 “가입만 하면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모든 질병에 대해 입원과 관계없이 진료비와 치료비를 보장해준다”고 했지만 실제는 달랐다. 몸에 이상이 있어 내과 진료를 받고 엑스레이 비용 등을 청구하자 보험사는 “입원해야만 보장된다”며 지급을 거절했고, 전화 상담원은 “보험사에서 시키는 대로 했다”며 책임을 떠넘겼다.

보험상품의 통신판매(TM), 홈쇼핑판매 등이 봇물을 이루면서 ‘불완전판매율’은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다. 물론 보험사들의 불완전판매가 도마에 오른 건 비단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그러나 보험사들의 시장 확대와 영업력 확충에 열을 올릴수록 소비자들의 민원은 늘어만 간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국회정무위 제출 자료에 따르면 CJ, 롯데, 현대, 농수산, GS 등 국내 홈쇼핑에서 판매된 보험 수수료는 3342억원(2009년 기준)에 달한다. 이는 지난 2004년 725억원과 비교해 무려 4.6배나 증가한 수치다.

특히 현대홈쇼핑과 롯데홈쇼핑은 982억원과 901억원을 기록하며(2004년 각각 86억원, 95억원) 5년이라는 짦은 기간 동안 10배 가까운 성장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CJ오쇼핑은 403억원에서 1081억으로, 농수산홈쇼핑은 142억원에서 379억원으로 늘어났다. GS홈쇼핑도 2005년 740억원에서 2009년 1134억원으로 증가했다.

이같은 추세는 보험사들의 짭짤한 매출과 영업이익으로 직결됐고 어느덧 홈쇼핑 시장의 성장세는 보험업계에 괄목할 만한 수준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문제는 이같은 성장세와 함께 불완전판매로 인한 소비자들의 민원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홈쇼핑의 불완전판매율은 설계사를 통했을 때 보다 5배 이상 높은 수치로 조사됐다.

한 전문가는 홈쇼핑 채널의 보험판매가 “소비자 민원과 불완전판매를 가중시킬 수 밖에 없다”는 ‘태생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복잡한 특약상품 등은 30분 내지 1시간이라는 제한된 시간 동안 소비자의 이해를 구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홈쇼핑 채널을 통한 보험상품 판매는 저가형 단일형 상품에 국한돼야 마땅하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같은 판매채널의 성격을 무시한 채 상품 종류는 날로 다양해지고 있다.

가입 전에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며 다양한 문구로 고객들을 현혹하지만, 보험금을 청구한 날부터는 “세밀하게 묻고 따지고”들면서 고객들을 보험 사기범으로 유도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올 정도다.

설계사들이 일단 실적부터 올리기 위해 ‘자필 미서명 계약’임을 알고서도 가입을 재촉해 보험 가입자가 억울한 일을 겪는 일도 있다.

지난 2003년 전 씨는 D생명 보험에 남편을 피보험자로 가입했다. 가입당시 보험설계사는 계약 마감 시상 품목인 금반지가 걸려있다며 전씨에게 당일 가입을 촉구했다. 계약자 전씨는 피보험자인 남편이 타지역에 있어 당장 만나기 어렵다고 사정을 설명했지만, 설계사는 남편과 전화 통화를 한 뒤 일단 자신이 계약서에 서명을 하면 될 일이라고 가입을 재촉했다.

이후 전씨 남편이 2008년 9월 심장마비로 사망해 전씨는 보험사에 보험금 5억4000만원을 청구했으나, D생명은 “피보험자가 자필서명을 하지 않았으므로 보험금을 지급하지 못하겠다”고 통보했다. 억울함을 느낀 피해자 전씨는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하자 보험사는 바로 법원에 채무부존재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결과 1심에서 50%를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왔으나 보험사는 받아들이지 않고 항소했다.

설계사들은 일단 실적부터 올리기 위해 ‘자필 미서명 계약’임을 알고서도 가입을 재촉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막상 사고로 인해 보험금 지급을 신청하는 순간부터 보험사와 설계사는 서로 ‘소비자’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려고 안간힘을 쓴다. 고지의무도 자칫 가볍게 넘겼다가는 매달 열심히 보험료를 내고도 한 푼도 못 건질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다.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김 씨는 지난해 M사 보험에 가입할 당시 보험사로부터 “아픈 데는 없느냐”는 질문을 받았지만 “없다”고 대답했다. 이전에 산부인과에서 피검사를 받은 적이 있었지만 정상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씨는 보험가입 이후 대학병원에서 다시 진료를 받게 됐고 ‘자궁내막증’이란 진단을 받았다. 김 씨는 복강경수술을 받기로 했으나 자신처럼 병원진료이력을 말하지 않은 경우 고지의 의무 위반에 해당돼 보험금 청구가 안 되고 해지까지 당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금융소비자연맹 관계자는 “보험설계사의 말만 믿고 덜컥 보험을 들었다가 어느날 갑자기 문제가 발생했을 때 보장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러나 아무리 설계사나 광고만 믿고 가입했다 하더라도 보험금에 관한 책임은 그 누구도 지지 않는 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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