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봄비가 백곡을 기름지게 한다는 곡우다. 마침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비가 내리고 주말에는 전국에 비가 내린다고 한다. 곡우에 비가 오면 그해에는 풍년이 든다던데 올해 증시에도 과연 풍년이 올수 있을까? 그렇지만 증시를 둘러싼 경제상황이 그리 녹록치만은 않은 모습이다.
◇끊임없이 불거지는 유럽 재정위기…미국도 그다지
유럽의 재정위기가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에는 그리스가 아니고 스페인이 뇌관이다. 간밤 스페인은 만기 2년과 만기 10년 국채 25억4000만유로 어치를 예정대로 발행했지만 금리가 소폭 상승해 채무 위기 우려를 덜어내지 못했다. 스페인 국채의 낙찰금리는 2년만기 평균이 3.433%, 10년만기는 5.743%로, 지난 3월과 1월 입찰에서의 낙찰금리인 3.495%, 5.403%보다 소폭 상승했다.
여기에 국제 신용평가사인 피치가 프랑스의 신용등급 강등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문까지 퍼지고 있다. 특히 오는 22일(현지시간) 대통령 선거 1차 투표, 다음달 6일 2차 투표가 예정돼 있는 이번 프랑스 대선에서는 부자 증세와 복지 확대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는 좌파성향의 프랑수아 올랑드 사회당 후보가 대기업 감세와 복지 축소를 주장하고 있는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을 여론조사에서 웃돌고 있다.
이에 따라 대선 뒤 GDP의 5.2%에 달하는 프랑스 재정적자가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에 국가신용등급이 강등 소문이 더욱 커지고 있다. 신용등급 강등 소문에 독일 국채에 대한 프랑스 국채의 프리미엄은 3개월 최고치를 기록했다. 간밤 프랑스도 스페인과 함께 105억유로 규모의 중기국채를 발행에 성공했지만 역시 금리는 소폭 상승했다.
미국의 경제지표도 좋지 않다. 지난 3월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38만6000건으로 시장 예상치인 37만건을 웃돌았다. 기존주택 판매도 전월대비 2.6% 감소해 예상치를 하회했다. 4월 미국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 제조업지수는 전월 12.5에서 하락한 8.5로 전문가 예상치인 12를 밑돌았다.
◇박스권 장세 지속될 듯
유럽의 재정위기 등으로 특별한 경기회복 모멘텀의 없어 증시는 당분간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박스권을 횡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우증권 한치환 연구원은 “코스피지수가 두 달 넘는 기간 동안 1950~2050 사이의 박스권을 지속하면서 지수와 유사한 흐름을 나타내는 등락비율(ADR)이 크게 낮아졌다”며 “코스피지수가 대형주 주도에 기댄 상승보다는 박스권 장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 연구원은 “최근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이 3~4조원대로 떨어져 지난해 이후 평균치인 6조6000억원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며 “이 같은 거래대금 위축은 공격적인 시장 주도력 확보에 나서는 투자주체가 부각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송창성 한양증권 연구원도 “코스피지수 상단에 대한 눈높이는 낮아졌지만 하단에 대한 눈높이는 높아지고 있어 다소 정체된 모습이 좀 더 이어질 수 있다”며 “1분기 기업 실적이 발표되고 스페인 금융위기가 단기적으로 해결된 뒤에 코스피지수의 방향성이 형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