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된 이들의 역습]"나 무슬림이다…테러리즘 오해는 이제 그만"

입력 2012-04-12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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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억압 종교? 잘못된 사실…교리 통해 평화·형재애 등 강조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는 우리나라에서 규모가 가장 큰 이슬람 사원이 있다.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을 나와 언덕을 따라 걸어 올라오다 보면 중턱에 다다랐을 즈음 이슬람 사원 느낌이 물씬 나는 건물이 보이기 시작한다. 전국의 한국인 무슬림 4만여명 중 무려 2만여명이 다니고 있다는 서울 중앙성원이다.

우리나라 종교 인구 가운데 불교, 개신교, 천주교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 98%다. 특정 종교에 대한 지나친 쏠림 때문인지 타 종교, 특히 소수종교를 보는 시선은 호의적이지 않다. 이 중에서도 세계 3대 종교이지만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소수종교로 불리는 이슬람교에 대한 인식은 부정적일 정도다.

◇이상한 종교 아니냐고 묻는 사람도 = “집안의 반대가 심했습니다. 부모, 형제들에게 박해에 가까운 취급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오해와 편견 때문에 거부감이 컸고 이상한 종교 아니냐는 질문도 많이 받았습니다.”

이행래 서울 중앙성원 명예이맘(예배집전자)은 1961년 처음 이슬람교에 입교했을 당시를 회고했다. 대학에 입학해 서울에서 하숙하던 이 이맘은 건너 편 집에 살던 가정교사에게 이슬람교에 대해 처음 듣고 관심을 두게 됐다.

그는 “이슬람교는 그 당시만 해도 무척 생소한 종교였다”며 “평화, 형제애를 강조하는 교리 등에 대해 듣다 보니 좀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말레이시아를 다녀온 후 입교를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입교 후 가족들과의 불화는 예견된 일이었다. 그는 “주변에서 이상한 시선으로 보기도 하고 걱정도 많이 해 어려움이 있었다”며 “특히 우리나라는 제사 등 유교적 관습이 자리 잡고 있는데 이를 타파하려다 보니 아버지와 갈등이 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이슬람교인들과 마찬가지로 하루 5번 규칙적인 예배를 한다. 이것이 곧 생활이나 마찬가지다. 신앙생활과 일상생활을 구분하지 않는다.

라마단 기간(금식월)에는 한 달 동안 새벽 일찍 식사를 하고 온종일 굶는다. 해가 지면 다시 먹기 시작한다. 해가 떠 있는 시간은 음식뿐만 아니라 성관계 등 모든 것을 금기한다.

힘든 점도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음식을 가려야 할 때가 아직도 힘들다”며 “특히 친구들과 만나 커피 한잔도 같이 마시지 못할 때가 견디기 어려운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테러 등으로 인해 부정적인 인식이 팽배한 데 대한 아쉬움도 드러냈다. 그는 “막상 사람들이 이슬람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나면 좋아하기도 하고 젊은 세대 의식도 많이 바뀌었다”면서 “하지만 ‘이슬람=테러리즘’이라는 잘못된 인식 탓에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는 사람도 아직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중동 역사와 국제관계 등을 이해하지 못한데서 생긴 오해와 편견”이라며 “테러는 정치적인 문제가 개입된 것으로 만약 무슬림이 개인적으로 테러를 한다면 이슬람법에 따라 처벌을 받게 된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부의 재분배 ‘자카’ 한국에도 널리 퍼졌으면 = 이 이맘은 이슬람교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평화, 형제애, 특히 부의 재분배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이슬람 신앙의 실천 기둥 다섯 가지 중 ‘자카’라는 것이 있다. 자카는 무슬림들이 1년에 한번 순수입의 2.5%를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에게 희사하는 것이다.

무슬림들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자신의 소득 중 약간의 몫을 희사함으로써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재산이 정화된다고 믿는다. 모든 무슬림들이 의무적으로 자카를 내야 하기 때문에 이를 구빈세라고도 부른다.

그는 “부자들 남는 돈으로 가난한 사람들 도와주자는 것”이라며 “이슬람의 이런 좋은 점은 한국에도 널리 퍼져 적용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슬람교에 대한 몇 가지 오해와 편견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먼저 이슬람은 아랍인들만의 종교가 아니라는 것이다. 전 세계 무슬림들 중 오직 18%만이 아랍인들이다.

세계의 무슬림 인구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것은 인도네시아 무슬림들이다. 이슬람이 오직 아랍인들만을 위한 종교라는 잘못된 믿음은 이슬람 역사의 초기 시절 이슬람을 반대하는 이들에 의해 잘못 전파된 사실이다.

1세대 무슬림들이 대부분 아랍인이었고 꾸란(성서)이 아랍어로 돼 있으며 예언자 무함마드가 아랍인이었다는 이유 때문으로 보인다.

그는 또 “이슬람은 여성을 억압하는 종교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슬람에서 여성들은 재산권, 재산 처분권, 그리고 자선을 행할 권리를 갖는다. 그들에게는 공식적인 상속권이 있다. 교육에 대한 권리를 가지며 혼인 또는 청혼에 대해 거절할 권리, 이혼할 권리도 갖는다.

무엇보다 꾸란 9장 71절에서 ‘남녀 신앙인들은 서로가 서로를 위한 보호자 이니라’라고 말하고 있다. 여성은 남성과 동등한 존재임을 이미 확인받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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