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용사들을 위협할 정도로 붐을 이룬 자문사들의 출범 러시 2주년이 지나면서 업계내 옥석가리기도 심화중이다.
특히 그동안 자문사들의 지지대로 버텨왔던 소수압축 전략 자문형 랩 수익률 약화로 고객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면서 업황 악화가 두드러진 것.
최근 금감원이 발표한 ‘2011 회계연도 3분기’(2011년 4월~12월) 투자자문사 영업실적 발표에 따르면 159개 전업 투자자문사 가운데 106개사(66.6%)가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해 하반기 불거진 유럽 재정위기 당시 주가 급락으로 자문사들이 고유재산 운용과 파생상품 투자에서 큰 손실을 입었기 때문.
압축전략 특징상 상승장에선 고공질주가 돋보이지만 변동장 대응력엔 취약하다는 점을 여실히 증명해 준 셈이다. 실제 올 초부터 진행된 종목 양극화 장세속에 IT와 금융주가 독주를 보이는 반면, 그동안 자문형랩 1등 공신으로 주목받았던 ‘차화정’은 자동차 종목을 제외하곤 체면을 구기고 있다.
따라서 기존 자문형 랩 외에 특화 운용을 펼쳐 온 자문사와 그렇지 못한 자문사간 명암이 뚜렷이 엇갈리는 양상이다.
◇ 애물단지된 자문형 랩 “아! 옛날이여”
불과 1년전만 해도 펀드를 제치고 고액 투자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모았던 자문형 랩은현재 애물단지 신세로 전락했다.
판매를 전담하던 은행이나 증권사들의 PB들도 사후관리에 적극 나서며 오히려 상승장 추가수혜를 누릴 수 있는 ELS나 자문사 대비 안정적인 운용사들의 자문형 랩에 주목할 것을 당부하는 상태다.
업계에 따르면, 신한은행 모 강남지점은 최근 고액 자산가 대상 설명회를 갖고 자문형 랩 대신 ELS로 갈아타라는 전문가의 조언을 곁들였다.
자문형 랩을 가장 많이 판매했던 A증권사도 지난 3월 26일 ‘자문연계형- 브레인 특집분석’자료와 ‘자문형 랩,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자료를 내부 직원용으로 발간해 주목된다.
이 보고서는 특히 자문업계 1위에 수탁고가 가장 큰 브레인투자자문을 단독으로 집중 조명한 것은 물론, 더 이상 자문사들이 운용하는 자문형 랩이 두각을 보이기 힘들거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브레인투자자문의 경우 지난해 9월 지수하락 국면 당시 리스크관리 대응을 못해 손실이 큰데 결론적으로 더 이상 시장에 민첩하게 반응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오히려 펀드운용 경력과 우수한 리서치로 안정적인 성과를 기록중인 운용사들의 자문형랩이 더 유리하다”고 당부했다.
B증권사의 한 PB는 “솔직히 작년만 해도 자문형랩을 먼저 찾고 문의하는 고객들이 봇물이었지만 지금은 다들 수익률 걱정에 대한 문의만 하고 신규 가입건수도 뚝 떨어진 상태”라며 “원론적이지만 투자상품은 광풍이 불며 쏠릴 때 항상 신중히 접근해야 하며 부화뇌동하면 결국 시장을 이길 수 없다”고 덧붙였다.
◇ 절대수익, 특화운용 강점 자문사들은 ‘훨훨’
이처럼 사면초가인 상황에서도 압축전략 이외에 특화 운용전략으로 실속을 챙기는 알짜 자문사들이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자문형 랩에 실망을 한 고객들의 니즈를 적기에 파악한 절대수익과 특화운용에 강점을 지닌 탓에 흑자전환을 이루며 고공질주중인 것.
실제 지난 2007년 자본금 40억원으로 출범한 타임폴리오투자자문은 변동장에서 탁월한 대응능력으로 자문사들이 고전중인 상황에서도 선전중이다. 현재 이 회사의 자기자본금은 110억원 규모인데다 2011년 3분기 기준 22억원의 당기순익을 거뒀다 (기준일:2012. 3월말)
타임폴리오투자자문 황성환 대표는 “시장 변동성에 관계 없이 헤지전략을 수반하며 운용하다 보니, 작은 규모지만 복리 효과로 안정된 수익과 흑자를 달성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 롱숏과 절대 수익 전략으로 승부할 생각이고 이를 위해 내부적으로 모델포트폴리오를 운영중”이라고 밝혔다.
고액 자산가 위주로 영업을 실시중인 FWS투자자문도 지난해 하락장에서 리스크 관리를 잘한 탓에 지난 3분기 9억원의 흑자를 냈다. FWS투자자문 박상운 대표는 “당사는 업종 대표주 위주의 상장 가치주 위주로 투자해 매크로 분석을 통해 상승과 하락추세를 판단, 시장 상승시엔 선물 매수, 그리고 코스피 대비 시장 하락시엔 선물 매도 헤지를 통해 하락위험을 피해왔다”며 “이같은 절대수익률 창출로 기존 랩 수익에 만족치 못한 신규 가입고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화재 매니저와 벤처캐피탈을 거친 비상장주식 전문가가 운영하는 포커스투자자문도 올 3분기 자문사 24억원의 당기순익을 내 전체 자문사 당기순익 규모중 5위권에 입성했다.
업계 한 고위관계자는 “결국 시류에서만 휩쓸려 고객의 이익을 생각지 않고 자문형랩 팔기에만 급급해 설립한 급하게 진출한 자문사들과 내실있는 운용력을 갖춘 자문사들간 옥석 가리기는 점차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