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학생이나 교사 또는 학부모가 이런 편견을 가진 경우 실제로 학생의 수학 성적은 떨어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문화적 편견 탓에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지레짐작으로 포기해 버리기 때문이라는 것. 실제 조사 결과 여학생들은 어려운 수학문제를 접했을 때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남학생보다 비교적 약했다.
대입수학능력시험 수리영역 상위권 성적만을 놓고 보면 남학생의 비율이 여학생보다 높게 나타나는 것은 사실이다. 수리 ‘가’ 1등급 가운데 남학생 비율은 2010년부터 2012년까지 각각 80.77%, 83.48%, 81.46%로 집계된 반면 여학생은 19.23%, 16.52%, 18.54%로 낮은 분포를 보였다. 수리 ‘나’의 경우는 사정이 조금 덜 한 편이지만 역시 남학생 비율이 3년간 각각 56.01%, 59.34%, 60.34%로 높았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처럼 성별에 따라 나타나는 수학 실력의 차이는 문화적·사회적 요인에 근거한다. 지난해 12월 미국 위스콘신 대학 조나단 케인 연구팀이 중동 등 아시아를 포함한 전세계 86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해 얻은 결론이다. 일반적으로 여성이 평등하게 대접받는 나라의 소녀들은 더 좋은 수학성적을 기록했다. 우리나라 여학생들은 적어도 수학 과목에서 평등하게 대접받지 못하는 셈이다.
우리나라에서 남녀간 수학 성적 차이의 원인 가운데 하나는 교사들의 편견이다. 지난 2005년 한국여성개발원의 연구에서도 드러난다. 연구 결과 우리나라 중·고교 수학교사 10명 가운데 4명 정도가 수학성적 차이를 유전적 요인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수학교사 332명 중 38.8%는 ‘남자가 태어날 때부터 수학을 더 잘한다. 교사의 노력으로 이런 현실을 바꿀 수 없다’고 응답했다.
하나고 이문호 교사는 “여학생은 정리를 잘하는 대신 복합적인 문제를 대했을 때 포기하지 않고 답을 보지 않고 깊이 생각해서 풀려는 노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말했다.
학생 스스로가 소극적인 부분도 한 원인이 될 수 있다. 진학닷컴이 3월 학력평가를 응시한 853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 결과를 보면 남학생과 여학생이 수학문제를 대하는 태도에 있어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문계 여학생의 40%는 어렵거나 자꾸 틀리는 유형의 문제를 접할 때 ‘거부감이 든다’고 답한 반면 ‘무식하단 소릴 듣더라도 풀어야 직성이 풀린다’는 답변은 자연계 남학생이 12%로 조사 대상 중 가장 높았다.
이런 태도의 차이는 수능에서 변별력 확보를 위해 출제되는 고난이도 문제에 취약한 원인이 될 수 있다. 논리수학 황성환 부사장은 “최근 입시에서 수리의 반영비율을 늘리거나 최저학력기준을 강화하는 등 수리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어 여학생의 경우 수리 성적을 끌어올리는 것이 곧 전체 성적을 올릴 수 있는 지름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