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돋보기]사장님, 노 젓는 일은 실무자에 맡겨주세요

입력 2012-03-12 08:28 수정 2012-03-12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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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진의 과도한 개입 아이디어 열의 꺾을수도…소비자에 어필하는 제품 만들도록 길 열어줘야

사공이 많으면 배는 산으로 갈 수 밖에 없다. 특히 개발팀의 완성품을 놓고 던진 경영진의 한마디는 개발팀의 의도까지 완전히 뒤바꿔 버린다. 숲을 보는 경영진과 나무를 보는 개발팀의 차이라고 해명하기도 하지만 경영진의 과도한 개입은 자칫 실무자의 아이디어 열의를 꺾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최근 현대자동차에서 이와 유사한 일이 벌어졌다. 국내 광고·마케팅을 담당하는 고위 임원 A씨가 자사의 제품 광고를 듣고 노발대발하는 일이 벌어진 것. 국내 최초의 국산 디젤 세단인 i40 살룬 광고 때문이다.

사연인 즉, 차 안에서 이동 중이던 A씨는 i40 살룬의 라디오 광고를 듣게 됐다.

“가솔린 연비가 좋아도 디젤 못 따라와요. 그래서 세단도 디젤이 뜨는 거죠.”

이내 이맛살을 찌뿌리던 A씨는 이후 열린 관련 회의에서 “디젤만 앞세우는 건 좀…”이라며 관계자들을 향해 뼈있는 한마디를 던졌다.

현대차그룹의 광고 계열사인 이노션이 제작한 이 광고는 연비가 우수한 디젤 차종의 장점을 그대로 어필하겠다는 전략 아래 제작됐다.

문제는 “디젤 못 따라온다”는 문구였다. 아무리 디젤차를 팔려고 해도 그렇지, 대놓고 가솔린차를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A씨는 “아직까지 현대차의 주력 차종은 가솔린 모델”이라며 광고 문구를 바꾸라고 지시했다.

결국 i40 살룬의 광고 문구는 “디젤 연비 좋다는 것 다 알잖아요”로 바뀌었고, 현재 새 버전의 광고가 TV와 라디오로 방영되고 있다.

문제(?)의 광고를 제작한 이노션과 현대차 관계자는 “광고의 문구가 바뀐 것은 맞지만 정확하게 바뀐 이유는 전달받지 못했다”며 “광고주의 특별한 요청에 따라 광고 문구가 바뀌는 경우는 종종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경우는 비단 현대차 뿐만이 아니다. 톡톡 튀는 행보로 재계의 관심을 받고 있는 대한항공 조현민 상무는 아예 전면에서 광고 제작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광고학을 전공하고 LG애드에서 광고실무를 익힌 조 상무는 지난해 대한항공의 ‘우리에게만 있는 나라’ 광고를 비롯해 ‘미국, 어디까지 가봤니’ 등 스토리텔링 방식의 취항지 시리즈 광고를 선보였다. 최근 ‘캐나다가 나를 불렀다’ 역시 조 상무 작품이다.

다행히 조 상무의 광고들이 히트를 치고는 있지만 실무자 영역을 넘나드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광고는 아니지만 과거 쌍용자동차의 김석원 회장의 에피소드는 더 유명하다. 신차 개발을 마친 쌍용자동차 연구원들이 내놓은 시제작 차량을 둘러보며 김 회장은 마음에 들지 않은 부분들을 하나하나 지적하며 디자인을 바꿀 것을 주문했다. 라디에이터 그릴은 이렇게, 리어램프는 저렇게 등등. 이렇게 완성된 자동차를 보며 당시 쌍용차 연구원들은 “괴물이 탄생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실무자의 창의력을 북돋우는 것은 경영진 마음에 드는 제품이 아니라 소비자에게 어필하는 제품을 만들도록 하는 것”이라고 꼬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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