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주의 금융난타]정치인이 된 금감원장

입력 2012-03-08 09:19 수정 2012-03-09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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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주 금융부 팀장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의 행보를 보면 정치인이라는 느낌이 강합니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의 최근 행보를 비꼬는데서 비롯된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최근 사회적으로 막대한 혼선을 빚었던 마그네틱 카드 사용제한 조치에 대한 사전홍보는 미흡했던데 비해 대외행사 홍보에만 집중하고 있어서다.

금감원은 지난 2일 영업시간 중 자동화기기(CD·ATM)에서 마그네틱 카드를 통한 현금인출과 계좌이체를 할 수 없도록 일부 사용제한 조치를 취했다. 복제가 쉬운 마그네틱 카드를 이용한 불법 현금인출이나 계좌이체 사고를 막자는 것이다.

하지만 막상 조치를 취하자 일선 은행의 창구에선 마치 기다렸다는 듯 일대 혼란만 빚어졌다.

이같은 혼란은 사실 권 원장이 자초한 것이다. 마그네틱 카드 사용제한에 대한 홍보가 크게 부족했다. 적지 않은 금융소비자가 있었음에도 금감원이 했던 홍보활동은 은행 창구에 스티커를 붙이고 고객들에게 이메일을 보내라고 지시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올해 언론을 통한 홍보활동도 연초 금융회사를 상대로 실시한 설명회 자료를 통해 부분적으로 알린 것이 전부였다. 공식 보도자료는 2일 사용제한조치가 취해지고 나서야 나왔다.

상급 기관장이자 수시로 업무 연락을 하는 김석동 금융위원장조차 시행 3일 전에 처음 알았다고 한다. 특히 김 위원장이 “아무런 준비도 없이 이렇게 일을 벌여도 되는 거냐”며 불같이 화를 냈다고 한다. 이는 얼마나 ‘탁상행정’이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착 권 원장이 정치인 소리를 듣는 것은 ‘대외행사 등 생색내기에만 지나치게 열을 올리고 있어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캠퍼스 금융토크’가 대표적인 예다. 젊은이들에게 금융지식 등을 전달한다는 취지에서 마련된 이 행사는 오늘(8일)까지 4차례 열렸다. 그리고 모든 행사에 권 원장이 빠짐없이 참석했다.

특히 금감원은 마그네틱 카드 사용제한 조치 때와는 다른 행보를 보였다. 금융토크 행사만큼은 사전 예고는 물론 행사사진과 사후 결과까지 충실히 언론에 전달하며 보도해 줄 것을 요청해왔다.

물론 금융지식 전달도 중요하다. 하지만 전시성 행정으로 흐르는 것이 꼭 정치인들이 선거를 앞둔 행동과 비슷해 보인다.

여기에다 마그네틱 카드 사용제한 조치에 대한 보완대책을 내놓았지만 벌써부터 IC카드를 발급 받은 일부 고객도 CD·ATM 사용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또 최근 저축은행 감독부실에 대한 비판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금감원 고위직들이 또 다시 유관기관으로 내려가는 등 낙하산 본능이 되살아나면서 내부 단속도 필요한 시점이다.

그 어느 때보다 금융 건전성 감독과 금융소비자 보호라는 본연의 업무에 더 충실해야 한다는 내부 목소리가 나오는 것고 이같은 이유에서다. 이제 정치인(?) 권혁세가 아닌 금융감독수장 권혁세 원장을 기다려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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