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누굴 위한 ‘대기업 때리기’인가

입력 2012-03-06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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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중 수석부국장 겸 산업부장

정치권의 대기업 때리기가 도를 넘고 있다. 정치권의 대기업 때리기는 골목 상권 침투와 일감 몰아주기에서 시작해 출자총액제한제 부활과 부자세 등 정책적 접근을 거쳐 재벌 해체론으로 이어지고 있다.

여야는 4월 국회의원 선거와 12월 대통령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대기업을 속죄양으로 삼은 듯 하다.

대기업을 몰아내면 중소기업과 자영업자가 덕을 보지 않겠느냐고 단순하게 생각했을 법 하지만, 세상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4대 그룹이 철수한 자리는 그 다음 크기의 기업들이 차지할 게 뻔하다. 다국적기업이 아무런 규제없이 들어와 떡하니 안방을 차지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 때도 다국적기업들에게 나가라고 할 것인가.대기업그룹이나 재벌그룹들의 과도한 세 확장으로 인한 폐해는 분명히 있다.중소 협력업체에 대한 납품단가 후려치기, 무차별적인 사업확장, 일감 몰아주기, 기업 오너의 편법 상속·증여 등의 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최근 우리 사회에 번지고 있는 반기업 정서와 반재벌 여론은 재벌그룹이 자초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그러나 폐해가 있다고 재벌그룹을 해체하겠다는 것은 빈대 잡겠다고 초가삼간 태우자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삼성그룹이 없어지고, 현대차그룹이 없어지면 그 자리는 누가 채울 것인 지에 대한 고민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재벌그룹들의 영향력이 너무 커졌다고 비난하지만, 역으로 보면 우리 경제에 그만큼 기여하고 있다는 뜻 아닌가.

재벌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바로잡고자 한다면 경제적 권력의 남용을 방지하고 시장을 공정하게 만들기 위한 제도를 통해야 한다. 대신 중소기업과 영세 자영업자들을 위한 지원정책은 다른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

대기업의 것을 뺏는다고 중소기업에게 거저 가지는 않는다.그런데도 정치권이 단지 표 만을 얻기 위해 경제논리나 법과 원칙에도 맞지 않는 억지 주장을 계속한다면 역풍을 맞을 수 밖에 없다.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한국경제의 주 성장엔진은 대기업이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기업이 활력을 찾고 경쟁력을 높여야 투자와 일자리가 늘고 경제도 살아난다.

오늘날 중국이 미국과 더불어 세계경제의 G2로 성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정책이 밑거름이 됐다. 마오쩌둥이 주도한 문화혁명 이후 중국은 좌파 이데올로기가 팽배했으나, 70년대말 덩샤오핑은 ‘흑묘백묘론’을 내세워 국가에 실질적으로 이득이 되는 경제정책을 최우선시했다.쥐를 잘 잡을 수만 있다면 검은 고양이면 어떻고, 흰 고양이면 어떠냐는 것이 덩 전 주석의 경제철학이었다.사회주의를 표방한 중국이지만, 자본주의 국가인 한국보다 더 자본주의적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같은 실사구시적 경제정책이 바탕이 됐을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와 정치권은 글로벌 톱 플레이어로 성장한 삼성전자와 현대차 발목 잡기에 급급하다.

재벌 오너 일가가 단지 몇%의 지분 만으로 거대한 그룹을 지배하는 것은 잘못이며 소액 주주의 권리 및 이익을 위해서는 지배주주가 없는 주주자본주의가 필요하다는 일보 진보학자들과 여기에 편승한 정치권의 주장은 더더욱 위험하다.

삼성전자와 현대차에게서 그룹이라는 우산을 뺐는 것은 글로벌 기업사냥꾼들에게 먹이감으로 내주는 것과 다를 바 없다.적대적 M&A는 아니더라도 단기 수익을 우선시하는 국내외 주식펀드들의 배만 불려주자는 말과 같다. 이들은 삼성전자나 현대차의 미래는 물론 대한민국의 미래는 관심 밖이다.미래에 대한 투자나 고용 보장은 더더욱 안중에도 없다. 주가가 올라 차익을 챙기거나, 배당만 많이 받으면 된다. 기업의 미래가 불투명하고 더 이상 주가가 오를 가치가 없다고 판단하면, 팔고 떠나면 그만이다.재벌을 해체하겠다는 것은 글로벌 투기세력들에게 대한민국의 미래를 맡기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는 명백한 이적행위이며, 매국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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