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 대한 지원보다는 규제에 초점을 맞춘 것도 문제다. 그나마 ‘대기업 프렌들리’ 기조를 유지했던 이명박 정권마저도 집권 중반기 이후엔 대·중소기업간 상생을 내세워 대기업을 압박했다.
앞서 노무현 정부는 출범 초기엔 대기업 개혁 의지가 강했지만 집권 후반기로 갈수록 유야무야된 경우다. 대기업 투자 확대를 이유로 2007년 출자 한도를 25%에서 40%로 완화했고, 금융산업의 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은 5년간 유예하기로 결정한 것이 그 예다. 압박을 받은 삼성그룹이 본사 해외이전을 검토하기까지 이르는 등 경제에 치명타를 입힐 만한 벼랑끝 전술의 빌미만 제공한 셈이 됐다.
외환위기를 수습하는데 주력했던 DJ 정부는 ‘오락가락’ 정책의 표본이라는 혹평을 받는다. 1998년 2월 폐지했던 출자총액제도가 1999년 12월 부활하는가 하면 재무구조 개선을 이유로 부채비율 200% 이내 감축이라는 강압적인 대책이 나오기도 했다.
반면 환란 극복 과정에서 도입한 대기업 간 사업 빅딜은 시장경제를 왜곡했고, 2002년에는 금융 보험사의 의결권 제한을 완화해 이 제도를 적용받는 대기업에 대한 특혜 시비를 부추겼다. 지주회사 전환금지도 허용했다.
김영삼 정부 시절엔 군사정권의 대표적 폐해인 ‘정경유착’의 근절을 외치며 대기업 길들이기에 나섰지만 징벌적 성격의 대책만이 강구돼 비난을 자초했다. 대규모기업집단 제도 역시 성공시키지 못했다.
자산 순위 30위까지가 대상이 됐는데, 재벌의 소유 분산 및 재무구조 개선을 유도하기 위해 소유·재무구조가 우량한 기업에 대해 기업집단 지정에서 제외한다는 당근을 던졌지만 호응을 얻지 못했다.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에 대한 사전 통제 장치를 만들어 놓지 못해 외환위기의 단초를 제공하는 결과를 초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