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오쿠보’, 한류성지로 부상…日 경제 암운 비친다

입력 2012-02-24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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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거리 오쿠보서 일본인 상점 자취 감춰…日 불황·저출산·고령화 문제 부각

일본 도쿄에 있는 한인거리 ‘오쿠보’가 한류의 성지로 탈바꿈하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선 어두운 일본의 미래가 부각되고 있다고 경제주간지 닛케이비즈니스가 최신호(20일자)에서 전했다.

과거 오쿠보는 일본인 사이에서 범죄 조직과 매춘의 본거지로 인식됐다. 하지만 이곳은 최근 몇 년 새 일본을 점령한 한류 붐에 힘입어 환골탈태하고 있다고 닛케이비즈니스는 전했다.

한류 붐과 함께 관광지로 떠오른 오쿠보는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으려는 외국인들로 북적인다.

닛케이비즈니스에 따르면 신주쿠에 사는 외국인 가운데 4분의1에 해당하는 8000명이 오쿠보에 거주할 정도다.

오쿠보 근처에는 이슬람교의 예배당인 회교사원과 대만인을 위한 사원이 자리하고 있다.

태국인 전용 식자재 매장도 있고, 이외에 미얀마 중국 필리핀 등 주로 아시아인들의 국제 도시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평가다.

닛케이비즈니스는 이 가운데서도 특히 한국풍 상가가 몇 년 새 급격히 늘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2년 전만 해도 이곳은 일본 중국 동남아 등 다양한 분위기의 상가가 늘어서 있었지만 현재는 한국풍 상가가 거의 점령했다는 것. 300개 가량이었던 한국풍 상가는 500개를 넘어섰다고 닛케이비즈니스는 추정했다.

닛케이비즈니스는 오쿠보가 갑자기 한인거리가 된 것은 한류 붐의 영향도 있지만 현지 일본 경제의 어려운 현실을 반영한다고 지적했다.

일본인이 상가 문을 닫을 경우, 그 자리를 꿰찰 만한 경제력을 가진 것은 한국인 뿐이라는 것. 따라서 일본인 상인들도 장사를 그만 둘 때는 한국인을 물색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오쿠보 상가의 일본인 점주는 50~60대가 대부분이다. 자녀가 부모의 가업을 이을 의사가 없어 문을 닫는 상점도 상당수다. 여기다 불황이나 인터넷 통신 판매 확산으로 인한 판매 부진 등 오쿠보에서 일본인 상가가 자취를 감추는 주요인이다.

닛케이비즈니스는 오쿠보에서 나타난 ‘젊은 외국인 이민자와 일본인 고령자라는 구도’는 저출산·고령화로 저물어가는 일본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닛케이비즈니스는 이를 ‘윔블던 현상’에 비유했다.

윔블던 현상은 영국인이 자랑으로 여기는 윔블던 테니스 선수권에서 영국인 선수가 우승하지 못하게 된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영국은 과거 세계의 공장으로 이미지를 굳혔지만 국제경쟁력을 잃었을 때도 이를 윔블던 현상으로 표현했다.

오쿠보에서 상점 문을 닫은 일본인이 한국인에 자리를 내주는 것도 윔블던 현상의 일종으로 해석된다.

닛케이비즈니스는 이를 ‘국가의 자살’의 서막이라며 이를 막으려면 이민자를 적극 받아들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시 말하면 일본이 가장 주력해야 하는 분야는 인구 감소 대응이라는 것이다.

인구는 향후 국가의 성장과 사회보장 유지에 큰 영향을 미쳐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후생노동성 산하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가 1월 말 발표한 향후 추계 인구에 따르면 2060년 일본의 인구는 8674만명으로 2010년 대비 4132만명 감소할 전망이다.

이 가운데 생산연령인구(15~64세)는 4418만명으로 거의 2010년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다.

프랑스 사상가 잭 아타리는 3년 전 일본을 방문해 “급격한 인구 감소로 일본은 국가 자살을 향해 가고 있다”며 “활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민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경고했다.

일본의 이민 정책은 지금까지 출입국 관리 정책이 전부였다. 외국인을 사회에 받아 들이는 사회통합 정책이 결여돼 있었던 것이다.

원래 일본계 브라질인 등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 단순 노동자는 받아 들이지 않기 때문에 이민 정책은 전무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오쿠보 등 일본에서 아시아계 이민자 2세가 늘어나는만큼 이들에 대한 교육, 직업훈련 등 사회 통합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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