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작가 김진희 "내 인생은 음악-배우-영화-사업 그리고 영화"

입력 2012-02-20 16:26 수정 2012-02-20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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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임영무 기자
영화인 김진희. 그를 설명하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 단순히 텍스트로 옮기기 쉽지 않은 삶의 흔적을 포함하면 더욱 그렇다. 여러 삶을 거쳐 오는 동안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다행스럽게도 무엇을 하던 꽤 괜찮은 평가를 받아왔다. 사회에서 말하는 이른바 ‘성공’ 이다. 안정을 찾은 뒤 다시금 자신의 본류에 시선을 돌렸다. ‘영화’다.

그는 스스로를 ‘영화란 꿈을 먹고 사는 사람’이라고 소개한다. 자신이 걸어온 길이 결코 평탄치 않았음을 알기 때문일까. 영화란 하나의 큰 그림에서도 기획, 작가, 배우, 투자컨설팅까지 다방면을 재주를 부려왔다. 그는 자신을 편의상 ‘김 작가’로 불러달란다. 지난주 그를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대학시절 여러 가요제에서 입상한 경력을 바탕으로 음악 활동을 잠시 했었다. 30대 이상이라면 누구나 알만한 히트곡 작곡으로 유명세를 타려할 즈음 그의 인생에 전환점이 찾아왔다. 음악을 하면서도 늘 영화를 꿈꾸며 습작을 한 그의 기획안이 한 유명 연예 기획사에 띄어 뮤직비디오 시나리오 작가로 참여하게 된다. 혼성그룹 샵에 이어 윤미래(t)의 2집 타이틀곡 뮤직비디오를 기획하던 중 그를 눈여겨본 관계자에 의해 주인공으로 출연하게 된다. 이후 또 다른 유명 기획사와 배우 계약을 체결한다. 영화 ‘초능력자’를 연출한 김민석 감독의 단편영화에 주인공으로 출연하는 등 나름의 활동을 이어갔다. 그리고 정말 우연하게도 시나리오 작가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사진 = 임영무 기자
그는 “꼭 하고 싶은 얘기가 있었고 그 얘기를 극장에서 사람들과 함께 스크린으로 .볼 수 있다는 ‘엄청난 매력’ 때문에 글 쓰는 걸 포기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그의 손을 거친 작품은 모두가 흥행에 성공했다.

흥행작이 많아 ‘개인적인 부채’도 갚을 수 있었다고 밝힌 그는 “모두 내 이름으로 걸리지는 못했다. 그렇게 공개된 작품만 언뜻 5편 가량 된다. 관객 수만 합해도 1000만이 넘는다. 이래봬도 내가 ‘1000만 영화인’이다”며 웃는다.

가만 보니 ‘단지 속이 좋은 사람인지, 아니면 보이지 않는 속에 발톱을 숨기고 있는 것인지’알 수가 없었다. 앞서 언급한 ‘내 이름으로 걸리지 못했다’는 말의 의미가 궁금했다. 그는 “내가 쓴 작품 들 중 현재 제작이 논의 중인 것들은 모두 철저히 저작권 등록을 해놓은 상태다”는 말로 설명을 대신했다. 알려지지 않은 시나리오 작가의 비애가 있었음을 짚어볼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시기 좋은 인연들도 많이 만났다며 너털웃음을 짓는 그다.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한 선배 영화인들에게는 일일이 고마움을 전했다. 얼마 전 ‘붉은 바캉스 검은 웨딩’을 내놓은 박철수 감독은 그를 배우로 데뷔 시켜 준 선배다. 시나리오 작법 능력을 알아보고 후원해준 ‘늑대의 유혹’, ‘화산고’를 연출한 김태균 감독, 시나리오 기초를 닦아준 방송계 스타 작가 지상학, 배우로서의 성공을 장담한 영화배우 진구의 아버지 진영호 촬영 감독. 이 모든 분들이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한 은인들이라고 감사해했다. 마지막으로 대종상 사무국은 지방에서 홀로 올라온 그를 ‘잘될 놈’이라며 무려 2년간 사무실에서 숙식까지 시켜준 곳이라고 거듭 감사의 뜻을 전했다.

무엇이 그의 삶을 그렇게 영화로 이끄는지 불현듯 궁금했다. 그에게 영화는 과연 무엇일까. 그는 “어릴 적 집안이 부도가 나서 초등학교를 중퇴하고 인천의 한 극장에서 숙식을 하며 지낸 적이 있다. 당시 박철수 감독님의 ‘접시꽃 당신’이 극장에서 상영 중이었다”면서 “막막한 내 현실을 잊게 만들어 준 그 영화를 잊지 못한다. 지금도 영화는 내게 각박한 현실의 대안 점을 찾게 해주는 탈출구와 같다”고 말한다.

▲사진 = 임영무 기자
그럼에도 2006년 그렇게 좋아하던 영화계를 잠시 떠난 적이 있다. 그는 “나로서도 의외의 선택이었다”면서 “참여한 마지막 작품이 소위 대박이 나서 어릴 때부터 시달리던 엄청난 빚을 다 갚았다. 하지만 느끼는 기쁨과 비례해서 아쉬움이 워낙 컸다. 지나간 세월이 허무하기도 했고. 그러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실 때 제대로 된 보험만 있었어도 내 인생이 이렇게 허무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에 나름의 사명감 같은게 생겼다”면서 “아버지께서 생전에 지인들 부탁으로 가입했었던 보험들을 정리해보니 너무 문제가 많았다. 그래서 적어도 나 같은 피해자는 또 생기지 않게 제대로 된 재무설계사가 돼야겠다는 생각에 각종 관련 자격증은 모조리 취득하고 본격적으로 보험업을 시작했다. 남들이 볼 땐 상당히 이해가 안가는 일이었겠지만 말이다”고 말했다.

그는 “철저한 분석을 통해 불필요한 지출을 막고 고객들의 수익이 늘어나는 걸 옆에서 돕는 즐거움도 결코 영화를 만드는 즐거움보다 덜하지 않다”는 김 작가의 현재 공식 직함은 2009년 보험 및 펀드 분야에서 큰 성공을 거두며 여러 단체에서 주는 상도 받은 재무설계회사 (주)지니어스의 대표이사다. 그는 “어릴 때부터 남다른 집안형편상 경제관념에 일찍 눈을 떴고 영화 일을 하면서 워낙 큰돈을 만져봐 돈의 흐름을 보는 눈도 있었다”면서 “보험과 펀드 등 각 상품의 장단점을 파악한 후 온라인에 칼럼을 쓰면서 고객층을 모으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글 솜씨와 진솔함에 반해 지금까지 거래를 하는 고객들이 수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특히 김 작가가 짱[김진희]이란 닉네임으로 운영하는 온라인 카페 회원 수만 50만 명이 넘는단다. 생각보다 엄청난 규모의 본업을 갖고 있는 셈이다.

▲사진 = 임영무 기자
'서울부르쓰' 'Who I THink' . 다시 영화계로 돌아온 김 작가가 발표한 두 개의 시나리오다. 벌써부터 충무로 관계자들 사이에서 주목해야 할 시나리오로 입소문이 돌고 있다. 그는 “기대치만큼 좋은 작품이 만들어 진다면 좋겠지만 고민이 많이 된다”면서 “안정적인 시장논리에 순응할 것인지, 또는 충무로에 변화를 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작품으로 방향을 바꿀지에 대해서 동료들과 머리를 맞대고 있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회사 업무가 너무 많아 아직 온전히 영화에만 집중할 수가 없다. 작가 업무를 제외한 나머지는 상황에 맡겨가며 진행할 예정”이라며 “회사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좋은 인재가 나타나면 본격적으로 영화 일에 집중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궁극적으로는 좋은 작품을 회사에서 직접 제작하는 게 목표라는 그는 자신을 설명해 달라는 말에 이렇게 말한다. 그는 “기업가로 말하면 정말 칼 같은 사람이다. 하지만 영화인 특히 작가로 말하면 너무 쉬운 사람이다”면서 “궁극적으로 여러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을 즐기는 평범한 인간이다”며 악수를 청했다.

▲사진 = 임영무 기자
지난 10년의 행보가 참 독특하다. 앞으로 다가올 10년 뒤의 자신은 어떨까. 작가 김진희는 “아주 짧은 시간 속에 참 다양한 삶을 살아왔다. 그리고 눈을 떠보니 어느 날 대표이사란 직함이 찍힌 명함이 지갑 속에 있더라”면서 “개인적인 바람이라면 영화 및 보험, 펀드 분야에서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열정이 넘치는 인재들과 함께 이 분야에서 만큼은 최고인 회사가 되어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인디언이 기우제를 지내면 반드시 비가 온다. 비가 올 때 까지 기우제를 지내니까” 란 말로 만남을 정리한 작가 김진희. 앞으로 그의 행보가 어디로 이어질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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