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으로 볼 때 음악, 게임, 영화 등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문화콘텐츠는 항상 변화를 싫어하고 보수적 시스템에 안주하고자 하는 기득권 구조에 두려움을 안겨주는 모양이다. 그래서인지 최근 주류의 몇몇 언론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게임=유해물’이라는 이미지를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모든 매체나 도구가 항상 좋은 면만 가지고 있을 수 없으니 부정적인 면을 말하는 것에 대해 뭐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문제는 그 부정적인 면만을 지나치게 확대 과장하면서 보다 큰 긍정적인 측면이나 활용가치 등에 대해서는 입을 꾹 다물고 있다는 점에 있다. 하지만 편협한 사고로 게임을 바라보는 이들에게 게임은 그저 백해무익한 21세기 신종마약에 불과하다.
게임 산업은 우리나라 콘텐츠산업 전체 수출액의 60%에 육박할 정도로 한류를 주도하고 있는 문화콘텐츠이다. 이는 K-POP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음악 산업의 20배가 넘는 규모이다. 한류문화를 선도하는 산업으로서 최근에는 기능성 게임으로 노인 치매 치료 및 기부를 하는 등 사회적으로도 유용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하여 나는 게임에 대한 역발상이 필요하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우리 국민 3명 중 1명은 데스크톱,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다양한 도구로 게임을 즐기고 있다. 이제 정부는 게임이 사실상 대다수 국민이 즐기는 대중문화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이러한 현실을 부정하고 전 국민을 기 중독자 혹은 잠정적 중독자로 내모는 일련의 정책은 바람직하지 않다. 오히려 게임을 사회문제의 해소책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시류에 맞을 것이다. 가정에서는 부모와 자녀간의 단절된 대화를 회복하는 수단으로써, 학교에서는 교사와 학생 간의 예절을 가르치고 학업 성취도를 높이는 교육 매체로써, 그리고 종교시설에서는 다소 고루한 교리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젊은이들을 모이게 하는 도구로써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해 보는 것은 어떠한가.
과거 1970~80년대 텔레비전은 대중들을 현혹시키는 바보상자라고 매도된 적이 있다. 하지만, 현재 우리사회 속의 텔레비전은 교육과 레크리에이션을 위한 유용한 매체로써 대중들 속에 자리매김하고 있다. 당시 텔레비전에 비난을 퍼부었던 사람들은 이 변모 과정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다른 한편으로 (정부는 중독 운운하지만) 인터넷에 대한 대중의 인식도 큰 변화를 겪고 있다. 불현듯 예전에 방송됐던 한 공익광고가 떠오른다. 부모가 자녀와 대화하기 위해 바로 옆방에서 컴퓨터를 켜고 메신저를 시도하는 모습으로 기억한다. 중남미의 한 교회에서 악마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헤비메탈을 왜 틀게 했는지 지금 이 시점에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