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제16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 초청 상영 당시 관객 및 영화 관계자들로부터 13분간의 기립 박수를 받은 작품이다. 대체 어떤 영화일까. 영화는 2007년 대한민국을 문자 그대로 뒤집어 놓은 한 대학교수의 ‘판사 석궁 테러 사건’이 모티브다. 잠시 이 사건을 살펴보자.
사건 당시 김명호 전 성균관대 교수가 교수지위 확인 소송에서 잇따라 패소하자 2006년 1월15일 항소심 재판장 박모 판사를 찾아가 석궁을 발사했다. 이 사건으로 그는 징역 4년형을 선고받고 올해 1월 만기 출소했다. 지금도 김 교수는 진실 규명을 위해 싸움을 지속 중이다.
우선 영화는 팩트와 픽션의 혼형 스토리다. 실제 김명호 교수는 김경호(안성기), 현실 속 김 교수 변호를 맡은 박훈 변호사는 박준(박원상), 석궁 테러 당사자인 박모 판사는 박봉주(김응수)다. 여기에 드라마적 요소를 위해 신문사 사회부 기자 장은서(김지호)가 더해졌다.
‘부러진 화살’의-김경호는 사회 통념상 ‘소통불가의 인간’이다. 영화적 해석을 더하면 ‘원칙과 신념’ 지키는 인물이다. 쉽게 말해 ‘적당히’ 또는 ‘중간만 하자’는 사회 일반화의 대척점에 서 있다. 결국 그 점이 영화 속 김경호의 현실을 만들어 냈다. 그럼에도 감독은 그런 점이 모순의 실체이자 문제라고 말한다.
김경호는 학교 측의 잘못을 지적하고 학교는 명예 실추를 우려해 김경호의 입을 막으려 든다. 자기 고백 또는 자기모순을 털어놓을 경우 잃게 되는 나름의 기득권 상실이 무서운 거다.
이어진 법정 장면에서 법은 피가 묻은 옷을 증거로 김경호의 살해 위협을 주장하지만 반대로 김경호는 아무런 증거도 없이 자신의 무죄를 주장한다.
이 과정이 흥미롭다. 김경호는 자신의 논리 주장을 가로막는 판사나 검사 심지어 자신의 변호를 맡은 변호사에게 마저 호통을 친다. 김경호의 독불장군식 성격에 모두가 혀를 내두르고 결국 노동전문 변호사 박준이 사건을 맡으면서 본격적인 법정 드라마의 형태를 띈다.
‘부러진 화살’은 우리 사회 질서 체계 기준점을 판단하는 사법부가 정의와 진실의 저울추만이 아닌 계획적 의도의 새로운 무게추로 나름의 사회 질서를 재단할 수도 있다는 위험성을 언급한다. 나아가 개인의 원칙과 신념이 때론 타인의 의도로 짓밟히고 뭉개질 수도 있다고 덧붙인다. 폭력의 부당함을 심판하는 사법부가 오히려 합법적 폭력, 나아가 한 개인을 ‘사법 살인’의 희생양으로 만드는 것이다.
연출을 맡은 정 감독은 이 모든 과정을 100분이란 시간 안에 거의 완벽히 녹여냈다. 결코 가볍지 않은 법정 소재를 빠른 장면 전환과 특유의 유머 코드로 버무려냈다. 실제 공판 기록을 토대로 구성한 재판 장면의 사실감 및 판사(문성근)와 김경호의 기싸움 장면은 할리우드 액션 블록버스터 쾌감에 절대 뒤지지 않을 정도다.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김경호의 행동은 영화가 끝을 맺을 때까지 계속된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나면 계란에 얻어맞은 바위가 ‘쩍’하고 두 동강이 나는 모습을 분명 떠올리게 될 것이다. 개봉은 내년 1월 1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