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FTA 더 이상 미룰 명분 없다

입력 2011-11-04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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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근 명지대학교 경제학 교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의 처리를 놓고 국회가 대치 중이다. 야당은 이명박 대통령이 초청한 대화도 거부한 채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급기야 한나라당의 단독 상정을 저지하기 위해 외교통상위 회의장을 며칠째 점거하고 있다.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한·미 FTA비준을 ‘을사늑약’으로까지 몰아붙였다. 주지하다시피 한·미 FTA는 참여정부의 작품이다. ‘자주’를 그토록 외치던 참여정부의 유력인사가, 참여정부를 을사늑약의 당사자로까지 폄훼하는 것은 참으로 절망적이다.

한·미 FTA의 큰 그림을 그려보자.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우리나라가 우리의 수출 경쟁국인 중국, 일본 보다 한발 앞서 미국시장을 선점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우리가 아시아 국가로는 유일하게 미국과 FTA를 체결함으로써, 미국 기업들이 우리나라를 아시아 시장 진출의 거점으로 선택할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졌다. 중국과 일본이 내심 한·미 FTA를 ‘우려의 눈’으로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리고 한·미 FTA는 한미 관계를 더욱 공고하게 하는 버팀목으로도 작용하게 한다. 뿐만 아니라 기술 이전과 더불어 경제 및 사회 제도 전반을 선진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야권의 반발은 명분이 약하다.

우선 이명박 정부가 벌인 ‘재협상’에 대해 시비를 걸었다. 재협상이 가능하다면 ‘재재협상’이 불가능할 리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동차 재협상이 걸림돌이 돼서는 안된다. FTA라는 대어를 낚기 위한 ‘작은 양보’일 수 있다. 완성차분야에서 양보를 했지만 대신 영세한 양돈 업계와 종소제약업체를 위한 추가보호 장치를 요구해 관철시킴으로써 양국의 이익균형이 이루어졌다. 만약 자동차 재협상이 한국기업에게 넘을 수 없는 장애가 되었다면 자동차 업계가 가장 먼저 반발했을 것이다. 자동차 업계는 재협상에 괘념치 않는다는 눈치이다. 시장규모가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의 자동차 시장 규모는 대략 한국의 10배이다. 시장점유율을 똑같이 1% 증가시킨다면 한국은 14만대를 미국은 1만4000대를 더 팔게 된다. 미국이 자동차 부품 관세를 즉각 철폐하기로 한 것은, 그만큼 한국 자동차 부품 업계에 날개를 달아 주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을 파악한 야권이 이제는 ‘투자자-국가간 분쟁해결’(Investor-state dispute settlement) 제도를 트집잡고 있다. 하지만 ISD는 우리나라에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최소한의 유인장치이며 또한 해외진출이 활발한 국내 기업의 투자보호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제도다. ISD를 통해 투자대상국의 사법제도가 아닌 더 공정한 국제심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기존에 체결한 FTA, 투자보장협정에도 유사한 내용의 ISD가 포함되어 있어, 한·미 FTA에 포함된 ISD라고 해서 우리에게 불리하다고 볼 수는 없다.

한·미 FTA로 피해를 보는 산업의 구제 문제도 합리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한·칠레 FTA발효 당시 우리나라 과수재배 농가는 ‘재난적 피해’를 보는 것으로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농업기술에 바탕을 둔 서비스화된 농업은 이제 단순한 1차 산업이 아니다. 부분적인 피해를 피할 수는 없겠지만, 개방과 더불어 나름의 경쟁력을 높여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근본적으로 통상 국가이기 때문에 개방이 불가피하다. 한·미 FTA를 근원적으로 반대하는 세력에 끌려 다니거나 현실성이 없는 재재협상론에 함몰되어서는 안 된다.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적극적으로 맞이하는 것이 차라리 낫다. 개인도 국가도 마찬가지다. 이제 의원 각자의 소신과 양심에 따라 ‘자유 찬반 투표’를 해야 한다. 한·미 FTA를 더 이상 미룰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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