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비준안을 둘러싼 여여간 대치로 내년도 예산안 처리에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한나라당이 오는 10일 또는 24일 본회의에서 비준안을 강행 처리할 경우 민주당이 예산안 처리에 동참할 리 없기 때문이다.
여야는 8월 27일 2003년 이후 8년 만에 법정처리 시한에 맞춰 결산을 마친 데 이어 황우여·김진표 양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14일 새해 예산안을 법정기일인 12월 2일 본회의에서 처리키로 합의했다. 무엇보다 큰 쟁점사안이 없어 상임위별 심사 또한 속도를 내고 있다. 현 흐름대로라면 2002년 이후 처음으로 법정기한 이내 여야 합의로 예산안 처리가 가능하다.
그러나 한미FTA 비준안이 모든 이슈를 집어삼키는 블랙홀로 비화되면서 예산안 처리 역시 적신호가 켜졌다. 여야는 일단 상임위별 심사를 계속해서 진행, 예결위로 넘긴다는 계획이지만 비준안 충돌이 일 경우 모든 의사일정은 흐트러질 수밖에 없다.
민주당 등 야당은 비준안 강행처리를 규탄하며 장외로 뛰쳐나갈 공산이 커 한나라당은 이명박 정부 임기 내내 예산안 단독처리라는 고민에 직면하게 된다. 김유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FTA를 날치기하면 예산안에서 손 뗀다. 아직 그렇게 말할 시기는 아니다”면서도 “국회가 정상적으로 가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가 1990년 이후 예산안 법정시한을 지킨 경우는 단 5차례에 불과하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도 ‘4대강 예산’ ‘형님 예산’ 등으로 인해 해마다 여야 간 물리적 충돌 끝에 한나라당이 단독 강행처리해 정국은 급속히 경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