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뷰-포인트]글로벌위기, 한국엔 기회다

입력 2011-10-28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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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훈 한국개발연구원(KDI) 부원장

요즘은 세계경제 위기의 여파로 우리 경제도 어렵지만 밖에서는 여전히 한국경제를 모범적 사례로 보고 있다. 한국경제의 역동성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경제학자들은 수출주도형 경제모델에서, 또는 정부주도형 경제모델에서, 아니면 높은 교육열에서 원인을 찾고 있다.

여기에 하나 더 덧붙이고 싶은 것은 지난 50년의 결코 짧지 않은 시간동안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세계경제의 흐름을 정확하게 포착하고 이를 성장전략에 접목시킨 안목에도 기인했다는 점이다.

60년대에 정부에서 수출진흥을 정책목표로 삼았지만 막상 수출상품을 생산할 자본의 마련은 여의치 않았다. 이를 타개해 준 것은 월남파병을 통해 벌어들인 외환이었다. 70년대 중화학공업화가 의욕적으로 출범되었지만 곧이어 닥친 석유위기로 국가부도의 위기로까지 몰렸을 때 이를 해결해 준 것은 중동진출에서 벌어들인 오일달러였다. 90년대 이후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은 중국특수에 기인한다. 중국의 산업화에 필요한 기술집약적 부품과 소재의 수출로 중국과 동반성장을 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의 공통점은 위기가 와도 정신을 놓지 않고 위기 뒤에 가려져 있는 기회의 요인을 귀신같이 찾아냈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파병요청에 난감했겠지만 오히려 이를 우리 군의 현대화와 경제원조 확대의 계기로 삼았고 석유위기로 경제가 침체의 깊은 늪에 빠졌지만 유가급등으로 세계의 부가 중동으로 몰린다는 사실을 찾아냈다. 중국 추격론이 비등했지만 중국의 산업화를 역으로 이용하는 지혜를 발휘했다.

이제 관점을 현재로 돌려 보자. 이번 위기는 파생상품 등 금융거래에 수반되는 리스크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포장됐다가 일시에 폭발한 단기성 위기와 미국의 과소비와 유럽의 재정적자로 부채가 누적된 만성적 위기가 복합된 특성을 갖는다.

그동안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산업경쟁력을 상실하게 되자 중국 등 개도국에 해외투자를 해서 그 과실에 의존하는 금융자본주의로 옮겨갔다. 그럼에도 과거의 영화가 몸에 배어 버는 것보다 쓰는 것이 더 많은 생활을 계속한 결과 빚이 누적됐다.

이를 해결하려면 미국은 소비를 줄여야 하고 그리스 등 유럽국가들은 과도한 복지를 줄이는 길 밖에 없다. 어느 쪽이나 앞으로 수출이 줄어들게 될 것이므로 우리 경제가 어려움에 처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중국 등 신흥개도국들은 이미 산업화의 궤도에 들어서 자체적인 성장이 가능해졌고 또 수출둔화가 일어날 경우 내수기반을 확대하려는 정책을 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 국가가 당면한 문제는 산업화가 진행되고 있음에도 그에 걸맞은 수준으로 도시화가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급격하게 도시의 인구팽창은 일어났지만 에너지, 교통, 환경, 의료 등 정상적인 도시생활을 가능하게 할 인프라가 부족하다. 따라서 아마도 신흥 개도국 정부들이 내수확대를 편다면 도시 인프라 확충에 집중될 것이 틀림없다.

원전, 고속철 등과 같이 도시 인프라 중에는 높은 기술지식으로 인해 개도국이 자체 조달하기 어렵고 선진국으로부터 수입이 불가피한 부분이 상당하다. 상품시장 수출에서는 개도국들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지만 도시 인프라 시장은 선진국의 몫이 되고 있다.

위기를 맞으면 오히려 눈이 더욱 밝아지는 한국인의 유전자(DNA)로 볼 때 이런 기회를 놓칠 수는 없다. 제조업 강국인 한국이 도시 인프라의 설계와 운영에 필요한 서비스산업을 육성시키고 현지진출의 어려움을 두려워하지 않는 진취성을 발휘한다면 앞으로의 성장이 한국을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김주훈 한국개발연구원(KDI)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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