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인의 취임 이후 서울시 부채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공약 면면을 살펴보면 돈 들어갈 곳이 이만저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박 당선인은 25조5364억원에 이르는 부채 중 30% 정도 되는 7조원을 임기 중 줄이겠다고 밝혔다. 오세훈 전임 시장이 야심차게 준비한 한강르네상스 사업 등 전시성·낭비성·토목 사업을 중단하면 부채감축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구체적으로는 SH공사 마곡·문정지구 용지 매각 3조원, 한강예술섬과 서해연결 한강주운사업 중단으로 1조원, 경영 혁신 및 불요불급예산 축소로 1조원, 본청 지출절감으로 9000억원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 같은 대책의 실효성도 의문인데다 공약이행에 들어갈 세금이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다. ‘집 걱정 없는 서울’을 표방하며 공공임대주택 8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박 당선인의 공약을 이행하려면 적어도 3조원 이상의 재원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공공재원이 투입된다는 점에서 결국 SH공사 부채를 늘릴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여기에 1~2인 가구 공공원룸텔까지 공급하면 재원은 더욱 늘어난다.
콘크리트 제방인 한강변에 습지와 모래톱을 만드는 생태복원 사업을 비롯해 접근성 개선을 위한 도로 정비사업, 자전거도로 확충 등에 들어가는 돈도 적지 않다. 특히 이들 사업 모두 박 당선인이 지양하겠다던 토목사업이라는 점에서 논란의 소지가 있는 것들이다.
김정호 자유기업원장은 2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런 사업들은 한강르네상스 사업을 중단함으로써 당장은 할 수 있을지 몰라도 2~3년이 지나면 지출이 어마어마하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를 비롯해 산하 기관의 비정규직을 전원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문제도 그렇다. 재원도 재원이지만 행정안전부 등 중앙정부 규정과 상충되는 부분에 대한 협의가 우선되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
또 초·중생 전면 무상급식, 서울시립대 반값 등록금, 국·공립 보육시설 동별 2개 이상 확보, 민간시설 보육교사 처우개선, 차상위계층 방문의료서비스 등 복지 확대정책도 세금덩어리다. 김 원장은 “이런 공약 면면을 보면 전부다 지출성 공약”이라며 “지키지 못할 것들이 상당히 많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