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산업의 1세대로 꼽히는 최신규 손오공 회장(55)은 그가 개발한 장난감 ‘끈끈이’처럼 포기하지 않는 끈끈함으로 연매출 600억원 규모의 국내 최대 완구업체인 손오공을 일궈냈다.
그가 손에 들고 온 은색 007가방 안에는 단일 품목으로 2002년 한 해동안 전세계 매출 1조원을 기록을 보유한 ‘팽이’가 들어있었다.
전통적인 놀이 팽이에서 착안한 탑블레이드 팽이는 2000년부터 투자해 2002년 출시된 제품이다. IMF 위기를 겪으면서 모든 기업들이 투자를 줄이고 허리띠를 졸라맬 때 최 회장은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어렵고 잘 안 될수록 과감하게 투자를 해야 그 때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실로 탑블레이드 팽이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했다. 일본에서 처음 출시된 후 30분에서 1시간 이내면 전부 매진될 정도여서 손오공 직원도 샘플을 구하기 어려울 정도였다고 한다.
질서를 잘 지키기로 소문난 일본 상인들이 ‘이성을 잃었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하루에도 몇 번씩 배로 팽이를 실어 날랐다고 최 회장은 그 당시를 회상했다.
‘연지 인형’에 얽힌 에피소드에서도 그의 꾸준한 성격이 그대로 나타난다. 한국 토종 이름으로 얼굴 개발에만 1년 6개월이 소요되고 노리개, 옷고름 하나하나 최 회장의 공이 들어있는 연지인형은 3년이 넘는 시간동안 13억원이 넘게 투자됐지만 팔아도 이익이 남지 않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생산을 그만하자는 회사 직원들의 반대에도 계속 연지인형을 만드는 이유에 대해 그는 “문화적으로 가치가 있으면 사회에 알려주는 것도 좋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세계적인 상품을 만들어낸 그에게 평생 따라다닌 타이틀은 ‘무학의 CEO’다. 어려운 가정 형편 탓에 어린나이부터 금은방, 주물공장 등에서 기술을 익혔다. 그 때 익힌 기술이 장난감을 만드는 데 밑거름이 돼 주었다.
그런 그지만 공부를 포기하면 안 된다는 신념은 확고했다. 최 회장은 “무학으로 지금 이만큼 해왔지만 더 많이 배운 사람들은 분명 더 큰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무엇이든지 계속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답습하다보면 성공하는 비결이 생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돈 잘 버는 CEO보다 창의적인 CEO가 되고 싶다는 그의 경영 철학은 ‘시대를 뛰어넘는 즐거움을 창조하라’는 것이다.
이제 좀 쉬라는 주위의 만류에도 그는 새로운 사업에 끊임없이 투자하고 있다. 그의 새로운 목표는 바로 ‘게임’이다.
심야시간 청소년 게임 이용을 금지하는 ‘셧다운제’ 시행을 앞둔 상황에서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융합시키면 게임 중독의 문제점이 줄어들고 게임을 보는 시각이 달라질 것이라는 게 최 회장의 의견이다.
그런 그의 결과물은 온라인 노래배틀 게임 ‘슈퍼타K 온라인’로 나타났다. 그가 최대주주로 있는 초이락게임즈가 개발하고 게임포털 넷마블이 서비스하는 이 게임은 이용자들이 직접 노래를 부르고 실력을 겨룰 수 있는 신개념 음악게임이다.
마이크를 통해 소리를 지르지만 외부로 소음이 새나가지 않고 비음까지 들어갈 수 있도록 만든 ‘방음 마이크’ 역시 그의 아이디어다. 그의 스마트폰 속 메모장에는 아직 구현되지 못한 아이디어들이 깨알같이 적혀 있었다.
최근 자신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에게도 희망의 메시지를 주기 위해 경영 철학이 담긴 에세이 ‘멈추지 않는 팽이’를 출간한 최 회장은 한국에서 가장 복지가 좋은 회사를 만들어 직원들에게 혜택을 돌려주고 싶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직원들에게 잘 해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게임 등 여러 사업에 투자하느라 여의치 않았다”면서 “언젠가는 직원들로부터 회사 덕분에 호강했다는 소리를 듣고 싶은 소망이 있다”며 환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