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뷰-포인트]위기의 서민금융 살리는 길

입력 2011-09-2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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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종 금융위원회 서민금융정책관

지난해부터 금융시장에서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화두 중의 하나가 “서민금융”이다. 왜, 현 시점에서 서민금융이 이토록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일까? 일부에서는 정치적 이유 때문이라고도 하고, 다른 일부에서는 저축은행 부실 또는 가계부채 문제 때문이라고도 한다. 물론, 이러한 점이 일부 이유는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견해는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필자는 서민금융이 강조될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이유를 ①신자유주의 기조에 따른 경제의 양극화, ②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의 금융기관의 보수적 경영, ③저축보다는 빚에 익숙해진 금융관행 등 세 가지로 정리해 보고 싶다. ①과 ②는 세계적 현상이고, ③은 우리나라에만 더해진 특수한 요인이다.

첫째, 신자유주의 기조에 따른 경제의 양극화라는 부정적 결과는 금융부문에서도 금융의 양극화라는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외환위기 이후 규제완화와 경쟁촉진에 중점을 둔 결과, 금융산업이 대형은행을 중심으로 재편되었다. 외환위기 이전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숙제는 제2금융권의 비대화였는데, 지금은 그 반대가 되었다. 금융시장 안정이라는 측면에서는 바람직하지만, 이 과정에서 중소규모의 금융회사들의 입지가 약화되었으며, 이에 따라 서민금융 공급기능도 위축되게 되었다. 서민금융을 담당하던 국민은행이 상업은행으로 전환된 것도 마찬가지이다. 한편, 경제의 양극화는 서민들의 경제적 상황을 어렵게 하고 있으며, 이는 금융수요 측면에서 저신용층 서민들에게 금융회사 접근기회를 줄이고 이미 안고 있는 금융부채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결과로 작용하고 있다.

둘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 나타난 금융감독의 강화와 이에 따른 금융회사들의 보수적 경영행태가 서민금융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금융감독 강화는 국제적 추세이며 구체적 방안이 FSB(금융안정위원회)를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다. 그런데, 건전성 관리의 강화는 필연적으로 신용대출보다는 담보대출을, 신용대출 중에서도 고 신용자 위주의 대출을 선호하게 하는 결과로 나타나며, 이는 곧 서민층에 대한 대출 위축을 의미한다. 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 G20에서는 금융소외계층에 대한 포용(Financial Inclusion) 문제를 주요의제로서 논의하고 있다. 즉 서민금융은 비단 우리나라에서만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셋째,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 금융시장에서 나타난 가장 중요한 변화중의 하나는 금융회사들이 가계대출 위주로 자산을 늘리고, 가계들은 저축보다는 대출받는 것을 당연시하는 관행이 자리 잡은 점을 들 수 있다. 외환위기 이전에는 일반가계가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리기가 쉽지 않았고, 또 빚 보다는 저축이 사회의 미덕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금융회사들은 가계에 빚을 낼 것을 경쟁적으로 권유하였고, 가계는 빚을 내서 집을 사는 것을 당연시 하게 되었다. 또한 서민들의 일상생활에서도 신용카드를 통해 외상 구매한 후 나중에 갚는 것이 관행화되었다. 이러한 상황이 성장률 둔화, 물가상승 등과 겹치면서 서민들은 지금 과거보다 훨씬 심각한 금융애로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이상과 같이, 현 시점에서 서민금융 문제가 강조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단편적인 것이 아니라 매우 근원적이고 필연적인 측면이 있다. 따라서 서민금융 문제는 회피할 수 없는 우리사회의 당면과제이며, 그 해결방안도 간단치 않다. 좋은 일자리를 공급하여 소득 창출을 통해 빚 부담을 줄이는 일, 집값과 전세 값을 포함한 물가의 안정을 도모하여 빚 수요가 증가하지 않도록 하는 일, 빚을 권하는 금융회사들의 영업행태를 시정하는 일, 빚내는 것보다는 저축을 미덕으로 여기는 사회관행을 다시 정립하는 일, 금융회사들이 서민들에 대한 자금중개기능을 도외시 하지 않도록 하는 일, 서민들의 재활을 지원하는 금융안전망과 대안금융을 보강하는 일 등이 종합적으로 추진될 때 오늘 우리가 안고 있는 서민금융의 문제는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서태종 금융위원회 서민금융정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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