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가니’ 재판장 “고소취소로 집유 선고할 수밖에”

입력 2011-09-28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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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도가니’의 모델이 된 광주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 당시의 항소심 재판장은 27일 “죄질이 매우 나쁘지만 피해자가 고소를 취소해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현재 서울고법 민사부에 근무하는 이한주 부장판사는 이날 “일반적인 성폭행도 쉽게 용서할 수 없는데, 더구나 장애인을 성폭행한 범인을나서서 도와주려고 하는 판사가 있겠느냐”고 반문하며 “그럼에도 판결은 다른 사건과의 균형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도가니’가 흥행 돌풍을 일으키면서 이 영화를 본 관객들 사이에서는 당시 사건 피고인들에게 법원이 ‘솜방망이’ 처벌을 한 셈이라는 비판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당시 인화학교 교장이 받은 혐의는 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청소년 강간인데, 이 죄는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만 처벌할 수 있는 친고죄에 해당했다고 이 부장은 설명했다.

항소심 재판 중 피해자가 고소를 취소했기에 고소의 효력이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1심 판결이 선고되기 전에 고소가 취소됐다면 공소기각 판결을 선고해야 했기에설사 2심 에서 취소됐더라도 양형에서는 고려를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 부장은 “피해자가 장애인이기에 진정한 의사에 따른 고소 취소인지 재판부가검토했지만 적법한 합의와 고소 취소가 아니라고 볼 수 없었다”며 “2심 재판 중 고소 취소된 다른 성폭행 사건들을 검토했지만 실형이 선고된 경우가 없어 다른 사건과의 형평을 고려할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친고죄나 반의사불벌죄는 처벌 여부를 피해자의 의사에 맡기겠다고 입법적으로 정한 것”이라며 “청소년에 대한 성폭행은 피해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처벌할 필요가 있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기에 지난해 법이 개정됐으며 이 같은 개정은 타당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아동·청소년 대상 성폭행은 그동안 피해자가 고소를 취소하거나 처벌 의사를 거두면 처벌할 수 없었으나 ‘조두순 사건’ 등으로 엄벌 필요성이 대두된 지난해 4월에야 피해자의 고소와 무관하게 공소제기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됐다.

이 부장은 “실체를 파악하지 않고 경찰, 법원, 변호사가 협잡이 있었던 것처럼 묘사하거나 전관예우가 있었다고 법원을 매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사건을 처리하면서 법과 양심에 따라서만 재판했다고 생각한다”고 말을 마쳤다.

광주고법에 재직하고 있던 이 부장은 2008년 7월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인화학교 교장의 항소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 추징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이 부장은 서울중앙지법 재직 때 횡령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박건배 전 해태그룹 회장을 법정구속하고, 광주고법 재직 때 오송회 사건 재심을 맡아 무죄를 선고하며 법정에서 피해자들에게 사죄한 것으로 세간의 주목을 끈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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