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고통 못느끼는 男, 치명적인 女 사랑(통증)

입력 2011-09-01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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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레몬트리

“돈 내놔 X 년아”.

남순(권상우)이 동현(정려원)을 처음 보자마자 뱉은 말이다.

빌린 돈을 대신 받아주러 다니는 남순은 이렇듯 무감각하게 동현을 향해 소리쳤다. 동현 뿐 아니라 다른 이들에게도 항상 이렇게 책읽듯 말한다. 고통, 사랑, 미각도 느끼지 못하는 남순이 살아가는 방법이다.

영화 ‘통증’은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남자 남순과 작은 고통도 치명적인 여자 동현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어린 시절 본인 때문에 일어난 교통사고로 온 가족을 잃고, 그 죄책감과 사고로 인한 후천적인 후유증으로 그 어떤 통증도 느끼지 못하는 남자 남순과, 태어날 때부터 유전으로 인해 작은 통증조차 치명적인 혈우병 환자 동현은 서로의 상처를 안아주며 사랑한다.

고통도, 맛도, 사랑도 느끼지 못하는 남순은 빌려준 돈을 받아 내는 일을 하며 먹고 산다. 남을 협박하기 위해 자신을 학대하고, 돈을 받기 위해 일부러 맞는다. 얼굴에 피가 마를 날 없지만 아픔을 느끼지 못하는 남순은 상처에 얇게 펴바르는 연고를 로션처럼 쭉 짜서 문지르면 그만이다.

남순은 액세서리 노점상을 하는 동현도 빌린 돈을 받기 위해 만났다. 자신을 보자마자 ‘돈 내놔 X년아’를 외치고 자신의 손등에 벽돌을 내려 찍는 남순이 신기하지만 ‘말라깽이’ 동현은 ‘혀짧은’ 남순의 부족함에 끌린다.

권상우와 정려원의 약점이 드러나는 대사는 대본에 없었지만, 곽경택 감독이 의도해 대본에 추가했다. 곽경택 감독과 권상우가 술 마시는 자리에서 권상우가 자신의 혀가 짧지 않다며 직접 혀를 빼서 보여준 게 아이디어가 됐다.

‘불치병’,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가족사’등 지루한 요소는 다 갖춰 자칫 지루하다고 예상하는 관객들의 예상을 뒤집는다. 중간중간 엷은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요소를 가미시켰고, 무뚝뚝한 남순이 변해가는 모습에 관객들은 빠져든다.

항상 ‘연기력 논란’을 달고 다니던 권상우와 정려원의 연기가 한층 무르익은 작품이기도 하다. 권상우가 용역업체에게 쇠파이프로 둔부를 맞고 비틀 거리는 장면에서는 곽경택 감독도 “캐스팅 하길 잘했다”고 생각했을 정도. 정려원도 발에 박힌 못을 빼내는 장면에서는 관객들도 함께 고통스러워 할 정도의 연기를 선보였다. 남순과 동현의 캐릭터는 만화가 강풀의 원안에서 막 튀어 나온 듯 매치돼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특히 영화 마지막 부분. 권상우와 정려원이 바닥에 드러누워 눈물 흘리는 장면에서 임재범이 부른 ‘통증’이 등장한다. 노래 하나로 귀까지 화려해지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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