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은퇴 후 내가 살아야 할 곳은

입력 2011-07-26 11:13 수정 2011-07-26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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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재룡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장

우리가 은퇴자금을 마련할 때 가장 고민스러운 것은 부동산이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전체 자산 중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거의 80%대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가구당 자산은 평균 2억 7,268만원이며, 이중 부동산이 75.8%을 차지하며, 금융자산은 21.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2010년, 가계금융조사 결과).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연금제도가 그다지 활성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은퇴후 규칙적인 연금소득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부동산을 연금 자산으로 전환하는 일이 매우 시급하다. 부동산을 잔뜩 보유하고 있기는 하지만 노후생활비와 의료비로 연결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부동산을 연금자산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부동산 규모를 줄이는 방법, 교외나 지방으로 이사하는 방법, 주택연금을 이용하는 방법 등이 있다. 상당수의 은퇴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막연하게 노후에 전원주택에서 가서 살거나 교외로 이사하면 되겠지 생각한다. 주거가 노후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기 때문에 주거계획은 합리적으로 신중하게 짜져야 한다.

은퇴준비에 한참인 40~50대들에게 은퇴 후에 살 곳을 질문하면 전원주택, 실버타운, 해외이민 등을 막연하게 대답한다. 하지만 조금만 고민해보면 은퇴 후 거주할 곳을 선택하기 어렵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전원주택의 경우 거동이 불편해거나 의사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간호기에 생활하기에는 어려운 곳이다. 전원주택에 사는 노인들은 너무 외로워지거나 잦은 질병에 시달리게 되면 도시의 종합병원이나 자식 집 근처로 이사하곤 한다.

은퇴 후 실버타운에 살겠다는 말 역시 현실적이지 못하다. 다양한 실버타운이 지어지지 않고 있는데다가 수많은 노인들이 집단생활을 하는 지루한 삶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내집에서 노후를 보내기 위해서는 휠체어를 타고 샤워나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집을 개조해야 한다. 이 점을 모르는 은퇴 준비자들이 대부분이다.

외국 은퇴자들은 자신의 건강상태에 따라서 실버타운내 단독주택이나 아파트를 선택할 수 있고, 거동이 불편할 경우 집근처에 있는 간호시설에 입주하기도 한다. 미국의 경우 상당수 실버타운은 55세가 넘어야 입주하거나 구입할 수 있으며, 실버타운 중심에 센터가 잘 발달되어 있어서 은퇴자들 중심의 교류가 활발하게 이뤄진다.

하지만 고령화가 많이 진행된 스웨덴의 경우 은퇴자들은 대부분 실버타운이나 요양시설보다는 집에서 노후생활을 보내고 있다. 65세 이상 노인중 94%가 집에서 거주하며 80세 이상 노인의 16%만이 요양시설을 이용하고 있다. 즉 거동이 다소 불편하더라도 가능하면 일반 주택에서 행복하게 거주하며, 질병이나 고령으로 아주 거동이 어려워지는 경우에만 요양시설에 거주하는 사회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 오랜 세월동안 경험한 결과 실버타운에서 사는 것 보다 자기 집에서 거주하는 경우가 비용이 저렴하며, 높은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외국사례들을 보면 우리가 노후에 거주할 곳은 생활비 적고 들고 자연환경이 좋고 안전한 곳에서 지내되, 노인들끼리 몰려 사는 집단 입주시설이나 요양원을 피하는 것이 행복할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남편보다 평균 수명이 7년이나 긴 여성들의 거주방법이다. 아마 남편이 사망한 집에서 혼자서 살다가 생의 마지막 단계에서는 요양시설이나 노인병원에서 보내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런 노후 주거계획을 구체적으로 고민해 봐야 한다.

베이비 부머들이 은퇴 대책으로 내놓게 되는 주택매물은 한국 부동산 시장의 근간을 흔들게 될 것으로 보인다. 수 백만 명에 달하는 베이비 부머들이 노후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이동하기 시작하면 우리사회의 큰 변화가 불가피하다. 은퇴 후 어디서 행복하게 살다가 생을 마감할 것인가는 참으로 고민스러운 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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