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와 달리 외국에서는 은퇴가 일생동안 꿈꾸며 기다리는 멋진 시간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우리보다 고령화가 앞선 미국 일본에서는 은퇴 후 생활 스타일에 대한 연구가 많이 이뤄져 있다. 이 중에서 몇 년 전 미국의 노후 전문가가 조사한 4가지 은퇴생활 스타일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이 연구에 따르면 미국인들이 과거 시골이나 휴양지에서 은퇴생활을 즐기던 문화가 최근 들어서는 크게 변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변화에 따라 은퇴생활 스타일이 △나이를 잊은 탐험가형, △편안하게 즐기는 전통적인 은퇴생활형, △매일 안절 부절하면서 살아가는 근심형, △질병으로 시달리는 환자형 등 4가지로 나눠지며 이에 대한 실태조사를 했다.
첫 번째 탐험가형은 기업가형이라고도 하는데 전체 은퇴자의 27%를 차지했다. 이들은 은퇴생활을 제2의 황금기로 생각하면서 창업 사회활동 자원봉사를 마다하지 않는다. 순자산 규모는 평균 5억원 정도이며 매년 연금으로 7000만원을 확보하고 있다고 한다.
두 번째 전통적인 은퇴생활형은 휴양지에서 생활하며 여행과 취미생활을 즐기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전체의 19%를 차지하며 사회활동이나 자기계발에는 관심이 없는 계층이다.
세 번째 근심형은 은퇴자의 22%를 차지하는데 비교적 적은 재산이나 연금소득으로 현재 생활에 초점을 두고 그다지 보람을 느끼지 못한 채 살아가는 유형이다. 하지만 연금제도가 잘 발달돼 있기 때문에 이들의 연금소득은 연간 4000만원, 순자산 규모는 2억5000만원 정도나 됐다. 네 번째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형은 전체의 32%에 달한다. 가장 자산 규모가 적고 미래에 대한 흥미나 생활 만족도가 낮은 유형이다.
우리나라의 은퇴자들을 이런 4가지로 분류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궁금해진다. 현재의 환경 등을 감안할 때 근심형이 과반수를 차지할까 염려스럽다. 이보다는 적극적으로 은퇴의 삶을 살아가는 탐험가형이 가장 많고 나머지 3가지 유형은 가능한 한 적은 비중을 차지하도록 만들어야 할 것이다.
행복학에서는 행복해지려면 행복할 수 있는 일이나 방법에 대한 지식을 많이 가져야 한다고 한다. 따라서 행복한 노후를 위해서도 은퇴 후 생활에 대한 지식을 많이 쌓아야 하며 가능하면 오랫동안 차근차근 준비해서 높은 애착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은퇴를 구체적으로 설계하고 좀 더 많은 지식을 쌓아가자. 그러면 멋있는 탐험가형 은퇴자들이 많이 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